여고 3년생인 벨라와 동급생으로 흡혈귀인 에드워드 간의 충족되지 못하는 정열을 그린 영화 ‘트와일라이트(사진)’이 10대 소녀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미국에서 히트하고 있다. 스테프니 마이어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8일 개봉 3주째를 맞아 총 1억 3,800만 달러를 벌었다. 이 영화 외에도 또 다른 인간과 흡혈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와 TV 시리즈가 미국에서 인기다.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은 왕따 당하는 소년과 흡혈귀 소녀의 풋사랑을 그렸고 HBO-TV의 새 시리즈 ‘트루 블러드’는 미 남부 지방 한 술집의 웨이트리스와 역시 흡혈귀와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공통점은 흡혈귀들이 애인의 피를 빨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쓴다는 사실. 그래서 얘기가 더욱 로맨틱하고 긴장감마저 감돈다. 흡혈귀 영화는 독일의 F.W. 무르나우의 무성영화 ‘노스페라투’(1922)로 시작해 지금까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인기 품목. 흡혈귀는 인간들이 인정하거나 포용하기를 꺼리는 금지된 욕망과 사랑, 쾌락 그리고 공포를 서슴없이 행사하는 어둠의 왕자이다. 흡혈귀의 매력은 인간들이 좀처럼 모두 갖출 수 없는 것들로 차 있다. 그는 미남이요 로맨틱하며 위험스럽고 국외자이며 또 부유하고 초자연적 힘과 감각을 지녔고 귀족적이요 불사(不死)의 존재다. 그러나 그의 치명적 매력은 무엇보다 악마적 섹스 어필이란 점. 그러니 여자들이 흡혈귀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인데 흡혈귀 영화에서 미녀들은 하나 같이 죽어도 좋다(?)며 흡혈귀에게 자기 목을 내밀고 있다. 흡혈귀의 매력은 이렇게 에로틱하면서도 낭만파 시대의 구식 로맨티시즘을 망토처럼 걸치고 다닌다는데 있는데 소설 속 흡혈귀의 모델이 영국의 로맨틱하고 정열적 시인이었던 로드 바이론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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