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국장을 지낸 에스워 프레사드 코넬대 교수의 말을 인용, "만약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시장에 강하게 개입한다면 새로운 환율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플레사드 교수는 "신흥국 화폐가치가 (지난해의 급락세에서)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의 약세는 신흥국 중앙은행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화폐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위안화 가치는 급락한 반면 아시아의 환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영국 런던 외환시장의 시세를 기준으로 올 들어 3월24일까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2.6% 하락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6.9%나 상승했다. 일본 엔화가 2.7% 상승했으며 인도 1.7%, 태국도 0.8% 올랐다. 통상 두 나라 간 무역에서 한 나라의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해당국은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반면 상대국은 악화된다. 특히 중국과 아시아 각국 간 무역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율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현재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수입국이며 2대 수출국이다. 또 지난해 초부터 3·4분기까지 중국은 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2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또 위안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환율전쟁의 전운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경기둔화를 수출로 상쇄하려는 중국 금융 당국에 의한 것"이라며 "현재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위안화 약세도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한편 위안화 가치 하락이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을 다시 고조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미국의 무역수지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을 공개 비난해왔지만 최근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이번에 위안화가 다시 절하되기 시작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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