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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종영한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의 결말을 두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주인공 세경(신세경)과 지훈(최다니엘)의 비극적 죽음을 암시했던 작품 속 등장그림 ‘마지막 휴양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세경이 미술관에서 한참을 바라봤던 그림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삽화가 로베르토인노첸티의 작품 ‘마지막 휴양지’ 연작 중 하나. 세경은 비극의 복선이 된 그림을 보며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니 왠지 슬프다”고 말했다. 이후 마지막회에서 세경은 대표적 휴양지인 타이티로 이민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지훈과 함께 교통사고로 죽는 것으로,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이 때문에 ‘지붕킥’이 종영한 후에도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며, 복선이 된 그림과 작가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1940년생인 인노첸티는 토스카나주 피렌체 지역 출신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학교를 그만 두고 13세부터 일을 시작했고 18세 때 로마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취직해 어깨 너머로 삽화 기술을 배웠다. 영화나 공연의 포스터를 제작했던 경험이 작품 속 사실주의적 세밀함의 근간이 됐다. 인노첸티는 30대에 전문 삽화가의 길로 접어들었고 첫 작품 ‘로자 비앙카’를 내 놓았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동화로 이탈리아 내에서는 외면당했지만, 비극적인 역사와 민감한 주제를 아이들과 어른의 공통 관심사로 진입시킨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들어서인노첸티를 유명 삽화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은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풍부한 상상력이 호평받아 1988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다. 이처럼 인노첸티는 글에 다 담기지 않은 미묘한 감정과 의미를 그림을 채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책 삽화가 중 한 사람이 됐다. 그의 작품세계는 2003년에 국내 출간된 ‘마지막 휴양지’(비룡소 펴냄)에 잘 드러난다. ‘허클베리핀’ ‘인어공주’ ‘보물섬’ ‘백경’ ‘어린왕자’ 등 문학작품의 등장인물과 실존인물이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분신인 주인공과 함께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형식의 그림책이다. 갑자기 상상력이 고갈된 작가가 영감을 되찾기 위해 ‘마지막 휴양지’라는 호텔에 도착하고, 특이한 손님들을 만나며 내용이 전개된다. 인노첸티의 기존작을 봐야만 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고전을 다 읽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배경의 인물들이 뒤섞여 색다른 얘기를 이룬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롭다. ‘지붕킥’에 등장한 그림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특별전이 열렸다. 때문에 지난해12월부터 2월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에 그의 작품이 전시됐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한 장면으로 담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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