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우와 똑같은 이름이 좋지만은 않았다는 프로골퍼 김하늘(24ㆍ비씨카드). 하지만 2011년 그는 ‘골프계의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골프선수 김하늘을 각인시켰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는 17명. 그 가운데 김하늘만 유일하게 멀티플 우승(3승)을 거뒀다. 다승, 상금왕,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하늘 높이 날았다.
용띠 김하늘의 새해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우선 2011년 아쉽게 놓친 평균스코어 1위까지 KLPGA 투어 4개의 주요 타이틀을 싹쓸이 하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한 해였지만 (1위 이보미와 0.07타 차이로) 최소타수상을 놓쳤다”는 김하늘은 “올해는 꼭 4관왕을 차지하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두번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권 확보다. 단, 서두를 생각은 없고 퀄리파잉(Q)스쿨 응시는 절대 사절이다. “정해진 관문을 통과해 미국에 가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할 땐 ‘미소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Q스쿨을 면제 받는 길은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뿐. 국내 성적을 기반으로 나갈 수 있는 올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등 LPGA 투어 5~6개 대회에서 기회를 움켜쥐겠다는 계산이다.
세번째는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ㆍ대만)를 꺾는 일이다. 그는 “한번도 상대해본 적이 없지만 이기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맞붙어 이기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지난해 4월 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기까지 2년7개월 간의 침체기를 스스로 끊었기에 김하늘의 목표는 공허한 울림으로 들리지 않는다. ‘무승의 터널’ 속에서 스윙과 멘탈(심리) 두 가지 모두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1시즌을 앞두고 스윙 때 몸의 밸런스가 앞으로 무너지는 버릇을 고쳤어요. 스윙이 좋으면 공은 똑바로 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생겼죠. 9월 대우증권 클래식 때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뭔지 깨달았어요. 친구인 최나연(SK텔레콤) 16번홀까지 계속 파만 기록하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17번홀에서 버디를 잡더라구요. 골프는 버디를 하는 게 아니라 보기를 하지 않는 게임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김하늘은 새해 더 화려한 비상을 위해 오는 4일 호주 골드코스트로 훈련을 떠난다. 국내보다 그린 주변 러프가 깊고 벙커가 많은 그곳에서 자신이 보강해야 할 부분으로 꼽는 벙커 샷과 쇼트게임 기량을 월드클래스 수준까지 가다듬을 계획이다. 호주에 가 있는 남동생과 함께 연습할 수도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6살 아래인 대원(18)군은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Q스쿨에 도전한다. 오는 2월2일부터 열리는 호주 여자 마스터스에서 전훈 성과를 테스트하는 김하늘은 일주일 뒤 미국 LPGA 투어 대회를 겸하는 호주 여자오픈에서 우승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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