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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영토를 넓힌다’는 한국의 전략은 통했다. 2004년 4월 한·칠레 FTA발효를 시발로 해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무려 9건의 FTA를 성사시켜 46개국에 무관세 또는 저율 관세 고속도로를 뚫었다. 이들 국가의 GDP는 무려 43조7,000억 달러(2012년 기준). 전세계 GDP의 62%에 달하는 경제 영토를 확장한 셈이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세계 3대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다. 그야말로 FTA 허브 국가로 우뚝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개발경제 시대처럼 ‘FTA허브’를 기치로 통상정책 속도 전을 펼친 결과다.★관련기사 4면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FTA전략은 거세 도전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이 거대한 경제 블록화를 추진한 게 결정적이다.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싸움은 자칫 우리나라로선 G2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처지다.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들이 동시다발로 ‘메가 FTA’에 뛰어들면서 우리가 10년 애써 구축한 FTA선점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FTA를 주도해오던 한국은 강대국의 지역경제 블록화와 패권주의에 숟가락을 얹겠다고 사정해야 할 처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FTA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FTA가 ‘많을수록 좋다’는 전략을 벗어나 ‘질적성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당국은 어떻게든 FTA 체결 국가 수를 늘리고 기한 내에 협상을 타결하는 것에만 너무 집착해 왔다”면서 “이제는 WTO, FTA, TPP, RCEP 등 여러 축으로 움직이는 통상환경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 참여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윤홍우기자 seoulbir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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