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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적 불명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가 우리 정부 맞습니까.” 1일 중국이 한국산 김치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취한 데 대해 국내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가 “말도 안된다”며 “황당한 조치”라고 반발한 데 이어 내뱉은 말이다.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지목된 업체 관계자들 대부분도 “중국의 보복조치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중국측 발표만을 일방적으로 두둔한 외교부에 비슷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외교부는 우리 업체들이 중국에 김치를 수출한 적이 없다고 말해도, 또 농림부ㆍ관세청 등이 실제 지난 7월 이후 중국으로 수출된 김치는 없다고 해도 “중국이 허위정보를 가지고 판단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물리쳤다. 그러면서 “중국 내 시판 중인 한국산 제품을 문제삼은 것은 WTO 규정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입 금지된 김치가 한국산 짝퉁으로 둔갑한 것이던 정식 수출절차도 거치지 않은 보따리상의 것이던 외교부는 실체적 진실에 관심이 없다. 반면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성격이 짙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무역보복이 아니다’며 면죄부 주기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외교의 최일선에 선 외교부가 상대 국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섣불리 대응해 자칫 통상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득보다 실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수출한 적도 없는데 기생충 알이 나왔다니 너무 억울하다”는 우리 국민의 호소에 중국 당국의 발표만큼이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대외 이미지에 엄청난 손상을 입으며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딴 나라 얘기로 듣는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외교부를 정조준하며 “농민들이 쌀협상 등을 놓고 왜 정부를 그토록 신뢰하지 못하는지 이번에 똑똑히 알게 됐다”는 한 김치업체 관계자의 말에서 보듯 이번 김치파동은 외교부에 대한 신뢰도 추락에 이어 국회의 쌀비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먼저 국민의 사정과 아픔을 살피라”는 한 농민의 절규가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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