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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관장이 얼마 전에 마이클 고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ㆍ이하 라크마)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를 가나 라크마의 한국관 얘기 뿐'이라고 투덜댔다고 하더군요. 한국 문화 알리기는, 이제 시작인데 말이에요" 지난 9월 미국 서부의 최대 미술관인 라크마에 한국미술 상설전시실을 연 큐레이터 김현정(41)씨의 말이다. 라크마의 한국관은 578㎡(175평) 규모로 5개의 전시장과 1개의 체험관으로 구성돼 한국 밖에 있는 한국미술 상설전시공간으로는 세계 최대다. 서울대에서 한국회화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 UC산타바바라대에서 중국미술사로 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미술 담당 한국인 큐레이터. 2006년 3월 라크마에서 일을 시작해 한국관 개관 외에 한국과 중국미술의 컬렉션과 전시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원래 한국실은 반지하에 소규모로 있어 국보급 병풍이 화장실 입구에 놓인 상황이었어요. 이것을 폐쇄한 뒤 1년 동안은 중국의 것이 섞여있는 한국미술 컬렉션을 대상으로 상태확인과 국적확인부터 했어요." 고번 관장이 '미술관 3대 주력사업'의 하나로 '한국미술'을 꼽을 만큼 애착을 가져 좋은 입지로 한국관 자리도 마련했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였다. 동분서주하던 김씨에게 미주한국일보와 아모레퍼시픽이 후원자로 나섰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대한항공 등의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 김 큐레이터는 현대적 건물에서 한국적 미감을 살리기 위해 한지와 전통 문양, 한옥식 문, 온돌에 사용하던 장판지 등을 사용해 전시장을 꾸몄다. 개관 후 반응은 뜨거웠다. 개관식 직후 주말에는 7,000명의 관람객이 몰렸으며 지금까지 한국관을 다녀간 관람객은 외국인이 한국교민보다 3배나 많다. 한편 라크마의 한국관 개관 이후 국내에서도 해외에 한국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4일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장을 만나 박물관 내 한국실 개관문제를 논의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영국 브리티시 박물관에 큐레이터를 파견하고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산하에 한국실 개편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가장 큰 한국관인데도 그 옆에는 더 큰 일본관이 있어요. 우리보다 20년 앞선 1988년에 일본 컬렉터와 정부의 후원으로 5,000점의 컬렉션이 일본식 건물과 함께 들어섰어요. 현대화 된 한옥으로 한국관 건물을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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