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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기업들의 경우 투자나 배당·임금인상 등이 당기이익 대비 기준치에 못 미치면 미달한 부분은 과세 대상이 된다. 바로 개정된 세법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때문이다. 경제 활성화가 지연되자 조급해진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해 내수경기를 조금이라도 더 부양하려 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해당 세제 도입에 따른 문제를 충분히 지적해왔음에도 시행령에서 그러한 사안들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자원배분 왜곡·경영부담 가중
이 세제에서는 투자가 포함되는 당기소득의 80%에서 투자와 임금증가·배당액 등을 뺀 금액에 세율 10%를 곱한 값을 과세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 이전까지 정부가 밝혔던 범위가 60~80%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치를 기준비율로 정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예상보다 늘어났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적용 대상 표본을 대상으로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적합한 답변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기업의 예상을 넘는 기준비율이 결정됐다는 점 외에 시행령에서는 투자범위와 관련해 세제 도입목적과 배치되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이 점은 세제도입 논의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해외투자나 기존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신규투자만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취지에서 사업용 유무형 고정자산으로 투자를 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 세제의 궁극적인 목표가 내수경제 활성화에 있음을 고려할 때 취지에 맞지 않는 결정이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를 고려하면 국내외 투자를 양분해 세제를 적용하는 것은 자원 왜곡을 초래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세제부과 대상인데 이들 기업의 해외투자는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오히려 세제상 전혀 고려되지 못하는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실제로 본 연구원에서 분석한 연구 결과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 전체 산업 내 무역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평균 32%였으며, 특히 전기·전자·자동차 산업에서는 평균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M&A에 따른 지분취득을 투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최근의 기업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내수 활성화 연결 실효성도 약해
대기업의 왕성한 M&A는 곧 기업가에는 창업의욕을, 중소기업에는 핵심 역량 증대유인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M&A를 투자 범위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그 경제적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 되며 한편으로 기업집단의 구조조정 과정에 상대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도입논의 초기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에 증세 목적이 있지 않다고 해왔지만 해당 세제로 인한 추가 세수는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세제가 내수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데 실효성이 미약할 뿐 아니라 기업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경영부담을 가중시킨다면 그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다. 그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보완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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