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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금 2014년에 살고 계십니까

문성진 산업부장 hnsj@sed.co.kr


지금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주변에서 이런저런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점이 과연 2014년이 맞긴 맞는지 문득 자문하곤 한다.

지난 8일 중국인 154명을 포함해 무려 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항공기 폭발사건은 인간의 야만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아직 테러공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난 1일 중국 쿤밍(昆明) 기차역 테러사건에 이어 아무 잘못도 없는 민간인이 참살당한 일이라 그 잔인함에 소름이 돋는다.

우크라이나 침공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역시 시대착오 그 자체였다. 푸틴은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자치공화국에 2,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고, 우크라이나의 친러 무장세력에 대한 적극지원에 나섰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을 무력시위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게르만 민족의 보호를 앞세워 체코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등을 침공했던 히틀러의 나치즘과 다를 바 없는 광란을 다시 보는듯한 데자뷔가 느껴졌다. 또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폭발사건 역시 1987년 북한공작원 김현희에 의한 대한항공 항공기 폭발사건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토록 끔찍한 데자뷔가 인류사회에서 왜 자꾸 반복되는 걸까. 비이성적 광란은 결국 비극을 초래할 뿐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입증됐는데도 어째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같은 잘못을 거듭하는 것일까.

의료파업 '2000년 파국' 막아야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할 정도로 사람의 기억력이 그렇게 빈약한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바로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금붕어처럼 말이다.



실제로 어항 속에서 태어나서 죽는 금붕어가 답답함을 견디고 태연히 살아낼 수 있는 것은 기억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붕어는 장식용의 수중 식물을 발견하면 그것에 경탄하고 곧바로 잊어버리고는 다시 한 바퀴 돌고 와서 똑같은 수중식물을 보고 거듭해서 경탄하기를 마치 회전목마처럼 무한히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요즘 떠들썩한 의사파업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서 어쩌면 사람도 금붕어 수준의 기억력 때문에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둘러싼 파업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했는지 잘 알면서도 의사와 정부 모두 소통을 통한 해결의 길을 외면하고 있으니 하는 얘기다. 이밖에도 국가정보원의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내란 모의·선동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석기 의원의 추악함,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의 거듭된 말 바꾸기와 민주당과의 정치적 이합집산…. 이 모든 게 언젠간 본듯한, 그리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일들인데 재현되는 걸 보면서 사람의 아둔함을 곱씹게 된다.

그런 아둔함은 최근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처리과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월세가구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명분으로 내놓은 이 방안은 은퇴 후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거센 반발에 일주일 만에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근로소득세 인상 기준을 '연소득 3,450만원'으로 잡았다가 월급쟁이의 분노를 유발시켰던 정부가 어떻게 또 이렇게 허술한 정책을 내놓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재계, 정부규제 정책에 큰 불만

급기야 이런 정부가 못미더웠는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불량규제 일제 자수기간'을 정해 마치 불법무기를 자진 신고하듯 나쁜 규제를 대폭 줄이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또 정부가 규제 완화를 발표할 때 한 개의 규제를 열 개의 규제로 쪼개 부풀려 발표하는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규제분식회계 방지'를 주문했다.

정부의 규제정책을 범죄시하는 재계의 시각이 지나칠지는 모르겠으나 거듭되는 시대착오적 정책실패가 이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계획' 첫 후속작업인 임대차 선진화 방안과 같은 헛발질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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