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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영기업(family conglomerate)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한때 비효율적인 구식 모델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비가족경영기업에 비해 매출성장률이 높고 앞으로 신흥국들에서 나올 대기업들도 80%가 가족경영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적 비전, 탄탄한 네트워크, 기업 내외부에 대한 신뢰 등 가족경영 방식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 경영컨설텅 업체인 맥킨지는 최근 '창업자 및 가족소유기업의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어느 때보다 가족경영기업들이 더 강성하고 활발하며 중요해졌다"며 "그들은 지구촌 국내총생산(GDP)의 70~9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신흥국들을 주목하면서 "앞으로 10~15년 내 점점 더 가족경영기업들이 선도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맥킨지는 오는 2025년까지 신흥국에서 출현한 7,000개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80%는 가족경영기업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신호에서 포춘 500대 기업 가족경영기업의 비중이 지난 2005년 15%였으나 현재는 19%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족경영기업의 매출 성장률은 2008년 이후 연평균 7%에 달해 비가족경영기업의 성장률(6.2%)을 앞질렀다고 소개했다.
가족경영기업의 장점에 대해 맥킨지는 우선 장기 비전을 꼽았다. 맥킨지의 하인츠피터 엘스트롯은 "오너경영의 특성상 긴 시계(time-horizon)를 가질 수 있고 조직 전체에 일종의 사명감이 확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로 꼽히는 경영인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지목됐다. 흔히 경영자들을 오너처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고민인데 애초에 오너가 경영을 맡으면 이런 문제로 고심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지도 삼성그룹, 독일 BMW, 미국 월마트, 스페인 방코산탄데르 등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장점에 주목했다. 이밖에 기업이 탄생한 나라 국민들과 유대감이 깊고 정부와의 협력 등에서도 유리하며 기업 내외부 파트너들과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도 비가족경영기업에 비해 유리한 점으로 꼽혔다.
반면 가족경영기업이 당면한 도전 또한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맥킨지는 기업의 성장성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중국·인도 대기업들은 18개월마다 놀라운 속도로 신규 사업에 진입하는데 그중 70%는 가족경영기업이고 이 같은 흐름에서 과거의 성공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새로운 경영방정식 개발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맥킨지는 가족경영기업에 대해 "상당수가 2세 경영승계 후 흔들리고 13%만이 3세 경영에서 살아남는다"며 특히 동남아·남미·중동 가족경영기업의 경영승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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