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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高유가대책 엇갈려

美 "공급늘리자" 유럽은 "수요 줄이자"

선진국들의 고유가 대책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공급확대에 주력하는 반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고유가 문제가 미국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내 석유생산 및 해외 유전개발 확대를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산유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석유 생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 측 모두 고유가 대책의 핵심을 석유 공급 확대에 두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석유 절약에 소극적이었다. 많이 쓰는 만큼 많이 생산하면 된다는 식의 에너지 정책을 실시해 왔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정도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전세계 소비량의 30%를 웃돈다. 이 같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는 미국적인 세계관이 베어 있다. 석유시장 분석회사인 페트로스트레티지의 피에르 테지앙은 “미국은 필요하다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값싼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에너지 절약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세금인상을 통한 수요조절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공급 위주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이동이 거의 기본권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석유수요를 줄이기 위한 유류세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 한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두 차례의 오일쇼크 이후 석유수요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1973년 이후 30년간 미국의 석유 소비량은 16% 늘어난 반면 프랑스는 같은 기간 10%나 줄었다. 유럽 국가들은 대중교통망을 확충하는 한편 높은 유류세를 부과해 석유수요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에서 휘발유 1갤런(약 3.8리터)을 사려면 5달러가 드는데 이 중 3.75달러가 세금이다. 반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1갤런에 1.9달러로 이 중에서 세금은 41센트에 불과하다. 또 유럽 국가들은 원자력발전을 적극 활용해 석유 의존도를 낮췄다.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발전이 전체 전력생산의 80%를 차지한다. 또 스웨덴은 40%, 독일이 30%인데 반해 미국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30년간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서 35%로 줄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자국의 석유수요가 2025년이면 지금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미국이 고유가 시대에 대한 준비가 가장 미흡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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