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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꼼수 사퇴' 카드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전날 장장 10시간여에 걸친 토론 끝에 '지도부 재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한나라당 연찬회 결과와 달리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홍 대표에게 강한 사퇴압박을 가했다. 홍 대표는 우선 전날 연찬회 결과의 여세를 몰아 쇄신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우리끼리 반목하고 다툴 시간이 없다"며 "빠르게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당을 쇄신하고 혁신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대표의 쇄신다짐은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기득권 포기와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며 홍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어 그는 "당 대표께서 '박근혜 전 대표를 당대표로 바꾸는 당헌 개정을 한다면 물러나겠다'고 통고했는데 현실 가능하지도 않고 실제 요구도 있지 않은 사항을 전제로 내건 것으로 큰 정치가 아니라 꼼수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 본인이 당대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홍 대표가 알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원 최고위원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하지 않았지만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이어진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지도부 책임론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앞으로의 쇄신방향과 비전, 구체적 내용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가 다른 최고위원들과 논의도 없이 연찬회에서 '지도부 사퇴 승부수'를 던진 데 대해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거듭되는 사퇴요구 속에서 쇄신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영남∙강남권 중심의 50% 물갈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 연찬회에서 거론됐던 쇄신안을 뛰어 넘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홍준표호' 교체압력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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