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하는 양육수당, 어린이집 교육비, 요양비를 꿀꺽하는 것도 모자라 농기구 구입비용까지 허위로 타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범죄자의 상당수는 인건비를 부풀리는 수법을 동원한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국고보조금 횡령자들이 범죄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조금으로 자기 주머니를 채웠다가 발각된 한 혐의자는 "보조금은 눈먼 돈에 가깝다고 느껴졌고 허위로 보조금을 타내는 일이 쉬웠다"고 진술했다니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자체의 국고보조금 관리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감사원의 '국고보조금 등 회계취약 분야 비리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계약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심사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 국고보조금 자금집행에 대한 지도·감독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니 사고라도 나면 정부나 지자체는 서로 발뺌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국고보조금은 2008년 34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50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 관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세수 타령만 계속한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부당하게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확실하게 환수하고 범죄자는 엄벌해야 할 것이다. 나랏돈은 적재적소에 쓰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집행·사용되는지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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