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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한국전쟁 당시 美 대학생의 억압과 분노

■ 울분 (필립 로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실제로 아버지는 미쳤다. 소중한 외아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삶의 위험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걱정 때문에 미쳐버렸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미국의 한 젊은이가 대학에 입학한다. 그는 술ㆍ담배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지도 않으며 오로지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전념하지만 부모님의 걱정은 그칠 줄 모른다. 때는 미국 청년들이 집을 떠나면 시체로 돌아오던 냉전 시대였기 때문이다. 소설'울분'은 1950년대를 살던 한 미국 대학생의 이야기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이 모나지 않은 성격에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던 미국 학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작품이다. 1933년에 태어난 로스는 5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작품 속 주인공과 같은 유대인이다. 소설이지만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소설은 주인공이 대학 시절을 회상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일흔이 넘은 작가는 경쾌하면서도 무게를 잃지 않는 문체로 젊은이의 심정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호밀밭의 파수꾼'같은 청춘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역사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며 뿜어내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1950년대 청년도 오늘날의 청년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연애하고 공부하고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전쟁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학교에서 군사학 수업을 듣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걱정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알 수 없는 억압은 더욱 그를 짓누른다. 열정과 환희로 가득 차도 모자랄 젊은이의 삶을 가득 채운 것은 다름 아닌 '울분'. 소설 말미에 나오는 학장의 말처럼 역사는 배경이 아닌 무대이며 그 위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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