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을 피하려면 예비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3조2,500억원을 들여 140만kW급 신고리 원전 3호기를 지어놓고도 송전탑 건설이 늦어져 12월 예정인 상업운전을 늦춰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판이다. 원전에서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5개 시군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161개 중 밀양 구간 52개가 주민 반대로 착공도 못한 상태다. 밤낮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해도 8개월이 걸린다니 곧 시작하지 못하면 올 겨울에도 전력난을 걱정해야 한다.
상황이 벼랑 끝으로 몰린 데는 밀양 주민들이 송전선을 지하에 묻는 지중화(地中化)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데 1차 원인이 있다. 이들은 29일에도 보상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ㆍ한전의 지원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이 설치하려는 765㎸ 송전선은 아직 지중화 기술ㆍ기자재가 개발되지 않아 송전탑을 세울 수밖에 없다. 345㎸ 송전선은 지중화가 가능하지만 공사에 12년, 2조7,000억원 이상이 든다. 송전능력도 765㎸ 송전선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해 향후 신고리 5~8호기가 건설되면 2~3개의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신고리 1호기 전력부터 765㎸ 선로로 송전하려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방치한 정부와 한전의 무능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주민들을 설득해 연내 완공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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