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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기방역 실패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여전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관련된 각종 괴담이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이처럼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데는 수시로 말을 바꿔 혼선을 초래한 보건당국도 한몫을 했다.
31일 인터넷과 SNS상에는 '숨만 쉬어도 메르스에 걸린다'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치사율이 90%에 달한다' '이미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정부가 숨기고 있다' '외부에서는 양치질도 해서는 안 된다' '**(지역명)에서도 메르스가 발병했다더라' '메르스 감염자가 입원한 병원이 폐쇄됐다' 등의 각종 괴담이 떠돌고 있다.
이 같은 괴담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국내 첫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정부의 잘못도 크다는 게 중론이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메르스 괴담이 나오는 것은 국민들이 정부의 대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메르스 괴담의 1차적 책임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초기대응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정부는 밀접 접촉자가 아닌 사람들에게서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흘이 조금 지난 31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 수는 15명으로 불어났고 정부가 관리 대상자로 삼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무려 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 역시 메르스의 전파력을 잘못 판단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고 최초 환자와 접촉한 그룹(리스트)에서 일부 누락된 사람이 있었다"며 "국민들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메르스 발병 지역명·병원명 등이 공공연하게 인터넷과 SNS상에 나돌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들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지역명과 병원명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를 고려해 병원명을 밝히지 못한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이날 정부는 메르스 괴담 유포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각 의료단체는 정확한 의학정보를 토대로 유언비어를 바로잡을 수 있게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맞춰 경찰도 인터넷과 SNS 등에서 메르스 괴담이 퍼지는 것을 모니터링해 허위사실일 경우 업무 방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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