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와 아마존간의 할인전쟁이 갈수록 열기를 띠고 있다. 연말 쇼핑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아마존이 도서 판매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월마트는 온라인을 통해 사전 주문하는 고객들에게 출판 예정작 하드커버 책 10종을 정가보다 59~75% 할인해 권당 10달러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하드커버 책은 일반적으로 24달러 이상에 팔린다. 월마트가 '10달러 판매'를 발표하자마자 온라인 서점 아마존 역시 같은 날 '10달러 판매'를 발표했다. 맞불작전을 펼친 것. 이 소식을 접한 월마트는 채 몇 시간도 안 돼 다시 '9달러 판매'를 발표했고, 다음 날 아침 아마존도 9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두 업체간 가격 경쟁으로 보더스, 반스앤드노블스 등 온라인 서점들은 '출판 업계를 붕괴시키는 불법적인 약탈 행위'라며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양사의 이 같은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읽힌다. 미국의 오프라인 최대 유통업체인 '공룡' 월마트와 미국의 온라인 유통 업계의 '킹콩' 아마존이 서로 영역을 확대하다 보니 사활을 건 대격돌이 불가피한 것. 월마트는 오프라인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다. JP모건의 척 그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월마트의 온라인 매출은 1%도 안 된다. 게다가 미 통계국 조사결과 지난해 전자상거래 시장은 1,340억 달러로 전체 소매 판매시장에서 3.3%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월마트는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 매출만 2,560억 달러에 달했다. 갈등의 본질은 앞으로의 도서시장 대세가 온라인 판매에 달려 있다는 점. 아마존의 지난해 매출은 192억 달러다. 아직은 월마트와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회사 매출은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에 힘입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서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종합 유통업체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월마트는 앞으로 아마존을 뛰어넘지 않고는 최대 유통업체라는 명함을 유지하기도, 가까운 장래에 생존을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WSJ은 "두 업체간 책값 인하 경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양측은 판매와 배송 전략을 서로 모방하는 등 벌써부터 2차 할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말 시즌 양사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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