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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장학금으론 등록금 낮추지 못한다.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교육복지 실태 감사 결과는 국가장학금제도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자와 배당 같은 금융소득만 연간 2억원이 넘는 고액 자산가의 자녀가 소득하위 4분위 저소득층으로 인정돼 국가장학금을 버젓이 받아 챙겼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감사원이 전수조사를 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낭비된 혈세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길도 없다. 장학금 신청자 10명 가운데 1명의 학업성적은 엉터리로 입력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모두 있는데도 가구 구성원에서 누락돼 가구소득이 축소ㆍ은폐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국가장학금의 관리 및 운영 부실은 비단 혈세낭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피해는 소득이 낮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부적격한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부당하게 탄다면 정작 지원이 절실할 학생에게는 교육복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장학금이 부실대학의 연명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일부 대학들은 원거리에 거주하는 저소득 고령자를 입학시키고 학점도 편법으로 부여해 대학 구조조정을 회피해왔다. 대학 퇴출평가 잣대인 학생충원율을 높이는 꼼수로 국가장학금을 동원하는 행위는 사실상의 세금도둑질에 다름 아니다.



국가장학금제도는 반값 등록금 공약의 핵심 정책수단이다. 올해는 3조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되고 내년에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 제도로는 등록금을 낮추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지난해 수혜층을 확대했음에도 명목 등록금 인하율은 고작 4%에 불과했다. 감사원조차 기부금을 비롯한 수입구조 다변화를 꾀하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등록금 인하에 효과적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장학금 제도를 수술대에 올려 나랏돈이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대학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기여입학제 같은 대학재정 확충방안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장학금 제도는 혈세낭비 통로가 되는 것도 모자라 고등실업자를 양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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