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融合)이 최근 여러 분야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영어로는 컨버전스(Convergence) 또는 퓨전(Fusion)이라고 하는데 전자는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후자는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비슷하지만 의미가 조금 다르다.
통합 농정원, 농어업 성장 촉매 되길
예전에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연마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로 존경받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세상이 다양화ㆍ고도화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해 과학ㆍ수학ㆍ천체학ㆍ문학 등으로 분화됐는데 요즘은 융ㆍ복합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들은 앞다퉈 융합학과를 설치하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예술적 감성, 첨단공학을 융합한 지식융합학부나 인문ㆍ예술ㆍ공학을 융합한 창의IT융합공학부를 설치한 대학도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의 경우 주력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IT산업 자체 기술과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IT산업의 재도약은 물론 산업 간 균형 성장, 고도화 등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요인으로 삼고 있다.
농어업ㆍ농어촌 분야도 오래전부터 융합 단계를 거치고 있다. 단순히 땅에 씨앗을 뿌려 수확하던 단계에서 유전학ㆍ생명공학ㆍ미생물학ㆍIT 등을 활용해 종자를 보존하거나 다양한 종자를 개발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어류를 양식하는 등 산업화의 길을 가고 있다. 여기에 농어촌의 아름다운 자원과 생태를 활용한 관광ㆍ치유산업 등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농어업ㆍ농어촌 가치 창출의 조력자이자 선도기관이 돼줄 전문기관이 지난달 말 탄생했다. 농업 경영의 핵심 요소인 정보ㆍ교육ㆍ홍보 분야 업무를 통합 수행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이 그것이다. 통상정책ㆍ국제협력에 관한 정보 지원, 농수산물에 대한 지식ㆍ산업재산권 보호 업무도 전담하는 농정원은 정예 농어업인 육성기관인 농업인재개발원, 농어업ㆍ농어촌 분야의 가치 확산 및 소비 촉진 홍보기관인 농촌정보문화센터, 농림수산업의 정보화 전담기관인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를 통합해 탄생했다. 3개 전문기관을 통합한 것은 업무의 효율성ㆍ일관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자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농어업 분야의 신성장동력체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떠나는 곳서 찾아오는 삶터로 변모
농어업ㆍ농어촌 분야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 개방화로 피해를 입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컸다. 농어촌은 도시와의 소득 격차,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나이 60이 돼도 '젊은층'에 속하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가 됐다. 그러나 최근 농어촌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도시가 농어촌보다 삶의 질이 높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신규 귀농ㆍ귀촌가구는 1만503가구(2만3,415명)로 전년보다 158% 증가했으며 올해 2만가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귀농ㆍ귀촌 연령층도 40~50대가 60%에 달해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어업ㆍ농어촌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려면 정보ㆍ교육ㆍ홍보가 제각각 움직여선 안 된다. 농업 경영의 핵심 요소를 한 조직에서 유기적으로 제공해야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농정원이 농어업ㆍ농어촌 분야에서 핵분열과 같은 폭발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융합(Fusion) 활성화의 촉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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