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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의 TPP 참여와 한미 FTA


17년 만에 미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하와이에서 개최됐다. 미국은 올해 APEC 회의를 앞두고 2년 전부터 보고르 선언(1994년)에 준하는 역내 통상 이니셔티브 마련에 착수했다. 바로 환태평양 국가 간의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ㆍTrans-Pacific Partnership)이다. 미일 FTA 겨냥한 궁여지책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반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집권 후 FTA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집권 6개월부터 한미 FTA에 대한 발언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하더니 1년 뒤 지지 입장으로 돌아섰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과정에 추가 협상 카드로 민주당 내 반대 세력과 자동차 노조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했고 우리나라는 한미 FTA를 살려낼 수 있었다. 대외통상정책 비전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온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재선을 앞두고 이를 뒤집을 카드를 찾다 TPP에 주목하게 됐다. 금융ㆍ재정위기로 당분간 불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흥개도국이 많은 동아시아 국가와의 경제 긴밀화를 추진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TPP 명칭도 2009년 미 측이 주도해 작명했다. 이번 하와이 정상회의는 APEC보다는 TPP가 더 큰 관심 대상이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임자인 간 나오토 총리가 실행하지 못했던 TPP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다 내각이 TPP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한미 FTA 진전이 크게 작용했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무기력한 FTA 정책은 늘 비판의 대상이었다. 일본 측은 한미 FTA가 비준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그런대로 느긋해하다 미 의회가 비준을 마치고 우리 국회도 비준 절차에 돌입하자 긴급 대책을 수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일본이 미국과 FTA를 추진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TPP를 통해서라도 미일 FTA를 이루겠다는 궁여지책을 들고 나옴에 따라 그 같은 한미 FTA 반대 논리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물론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고의로 유포해온 것과 달리 일본 정부는 수차례 미국과의 FTA 추진을 제안했으며 미국측이 거절해왔다. 노다 총리의 TPP 참여 발표로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챙긴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TPP 협상은 경제적 의미가 거의 없는 정치적 이니셔티브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참여로 오바마는 최소한 내년 미 대선 때까지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TPP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고 일본의 참여로 앞날이 더 험해졌다. 미 측은 캐나다ㆍ멕시코의 참여 가능성을 흘리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2년 전 하와이 APEC 정상회의의 최대 이벤트로 'TPP 협상 타결'을 설정하고 빡빡한 일정으로 협상해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어 내놓을 것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한미 FTA 비준 서둘러야 일본의 TPP 참여는 한미 FTA의 파급력을 우려한 대책이다. 반대론자들은 더 이상 한미 FTA에 대한 흠집을 잡으려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제대로 읽었으면 한다. '한미 FTA를 비준하지 말고 일본과 같이 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TPP 협상을 밀착 연구해온 필자가 보기에는 한미 FTA를 하루라도 빨리 이행하는 것이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TPP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응책이다. 국회는 한미 FTA를 당장 비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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