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입국. '한강의 기적'을 낳은 핵심 키워드다. 수출을 빼곤 한국 경제를 설명하지 못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수출사에 한 획을 그은 해는 1964년. 그 해 11월30일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지금의 '무역의 날'로 바뀐 '수출의 날'은 바로 이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34년 만에 부활시킨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전신인 수출진흥확대회의가 처음 열렸던 때가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이듬해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매달 열렸던 이 회의를 단 5번만 빼고 직접 챙겼다니 수출진흥에 대한 남다른 집념을 짐작하게 한다.
△1970년대는 수출 드라이브 시대. 중화학공업 육성책과 종합상사제는 수출전선에 날개를 달았다. 포항제철이 완공된 1970년 10억달러를 넘더니 1977년엔 대망의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맞는다. 1973년엔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기업도 등장한다. 한일합섬이 그 주인공. 당시 제10회 수출의 날에 처음 제정된 1억달러 수출 탑에는 '수출은 국력의 총화'라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져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수출이 1,000억달러를 넘었으니 가히 격세지감이다. 수출 총액도 반세기 만에 5,500배 늘어났다.
△산업구조 고도화는 수출전선에 상전벽해의 변화를 몰고왔지만 수출만이 살길이던 시절의 전통 일부는 아직도 관가에 남아 있다. 1948년 상공부 시절의 수출과는 지금도 그 명칭 그대로다. 2004년 잠시 수출입과로 통합된 적이 유일한 변화다. 매월 1일 전월 수출통계를 곧바로 발표하는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하루 단위로 수출실적을 챙기던 시절은 유산이다.
△오늘이 제 50회 무역의 날이다. 49년 동안 해마다 11월30일 열리던 행사가 5일 뒤로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한 2011년 12월5일을 기념한답시고 이명박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 관련 법령을 고친 탓이다. 무역 1조달러의 의미도 크지만 그래도 전통을 살려 11월30일로 복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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