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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캔버라의 전쟁기념관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지난달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도 캔버라에 다녀왔다. 행정수도 건설 얘기가 나온 후에 많은 한국사람들이 들르는 곳이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주제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캔버라를 관통하는 도로의 양쪽 끝에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물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국회의사당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전쟁기념관이다. 지난 1850년대부터 오스트레일리아가 참가한 전쟁의 역사와 유물이 고스란히 보존돼 잘 전시된 기념관 입구에 고귀한 생명을 잃은 10만명의 명복을 기리는 문구가 있는데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전쟁이 오스트레일리아 땅이 아니라 전부 외국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는 6ㆍ25동란 때 우리를 돕기 위해 이역만리 먼 한국에 와서 숨진 300명의 오스트레일리아 청년도 포함돼 있었다.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해외의 전쟁터로 내보낼 때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매우 안타까웠을 것이고 희생자라도 생기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터이지만 그 나라 국민과 정부는 세계 곳곳의 여러 전쟁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젊은이들을 파견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약소국의 독립을 돕기 위해, 테러를 막기 위해 등 여러 가지 명분과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교조에서 아이들에게 반전평화 계기교육을 한다고 한다. ‘어느 나라보다 전쟁의 위험이 높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쟁은 참혹하고 평화는 고귀하다는 말은 지당한 얘기지만 평화는 원하고 사랑하기만 하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평화를 사랑할 줄 몰라서 몽골의 침략과 임진왜란을 맞이했고 대한민국 국민이 전쟁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백만명의 목숨을 잃은 6ㆍ25동란을 겪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다는 능력을 상대방에게 확신시킬 때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것이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우리 자체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외교를 통해 동맹을 맺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긴요하다. 그리고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 생기면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자유는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한국전쟁에서 사망자 3만명, 부상자 10만명 이상이라는 피해를 입은 미국의 참전기념 표어다. 장갑차에 치인 두 여중생과 이라크에서 테러범에게 피살을 당한 청년의 죽음에 애도의 물결을 이뤘지만 정작 조국을 위해 장렬히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추모와 관심은 적은 게 우리 국민들의 모습이다.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6월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과 우리 고속정의 교전이 있었다. 북한의 계획된 기습 도발이었지만 우리 해군이 이를 끝내 격퇴했는데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끝까지 지킨 윤영하 정장을 비롯한 여섯 장병이 산화했다. 그 서해교전 2주기 추모식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채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히 치러졌다. 엊그제 자이툰부대가 사용할 군수물자가 부산항구의 배에 실렸다. 그 동안 파병이 미뤄지는 바람에 전역이 얼마 남지 않게 돼 원소속으로 복귀하는 대원도 생겼지만 다음달 초에는 부대가 이라크로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위해 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국민 대표의 동의에 따라 우리 국군이 가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군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를 성원하는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아직도 파병반대의 뜻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도 있고 파병철회 결의안을 낸 국회의원도 50여명 있다고 한다. 우려의 뜻과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확정한 파병결정을 법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면 떠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긍지와 명예를 가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함께 격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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