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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스포츠는 걸프 3국으로 통한다

막대한 자본으로 각종 대회 유치

유니폼 등 스폰서로 친밀감도 높여

"한정된 지하 자원량 고갈되면 무분별한 투자 독 될수도" 지적


이란 핵 문제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산으로 중동이 초긴장 상태임에도 카타르와 아부다비·두바이는 여유롭기만 하다. '걸프 3국'으로 불리는 이들 지역은 같은 중동임에도 전쟁·테러와는 무관하게 세계 스포츠의 중심축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6일(한국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는 1년 안에 복싱·수영·스쿼시·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가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세계선수권보다 못한 권위의 대회들까지 포함하면 40개의 크고 작은 스포츠 이벤트가 거의 매주 펼쳐질 계획이다. 월드컵에 앞서 2019년에는 관심도에서 월드컵·올림픽에 버금간다는 세계육상선수권도 개최한다. 건설비만 9억파운드(약 1조5,600억원)가 들어간 아부다비 야스마리나서킷에서는 지난주 자동차경주대회 F1의 시즌 최종전이 열렸으며 남자프로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는 지난주 두바이에서 유럽프로골프 투어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BBC는 이들 지역이 세계 스포츠의 허브로 발전하고 있다며 "과거 주로 서구에서 이뤄졌던 스포츠 관련 투자가 이제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이근호·남태희·한국영·조영철·이정수·조용형 등 한국 선수들의 카타르 축구리그 진출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만 해도 걸프 3국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테니스 스타들을 호텔 헬기 이착륙장이나 인공섬으로 초청해 이벤트 경기를 벌이게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 분야 투자액이 상상을 초월한다. 두바이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스포츠 관련 후원으로만 1억7,240만파운드(약 2,990억원)를 썼다. 유럽 축구 명문 아스널·AC밀란, 파리 생제르맹의 유니폼 스폰서가 모두 에미레이트항공이며 런던의 아스널 홈구장 이름도 2028년까지 에미레이트스타디움으로 불리게 계약돼 있다. US 오픈 테니스, 라이더컵 골프대회도 후원한다. 투자를 지휘하는 두바이 국왕 셰이크 모하메드의 개인 재산은 90억파운드(약 15조6,400억원)로 추정된다. 인구 20만명당 1명이 억만장자인 곳이 바로 '석유 천국' 두바이다. 아부다비는 에티하드항공을 내세워 유럽과 미국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아부다비 왕족 셰이크 만수르는 잘 알려졌듯 지난 2008년 잉글랜드축구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 지금까지 1억파운드(약 1,700억원)를 투자해 강호로 탈바꿈시켰고 최근에는 3억파운드(약 5,200억원)가 투입되는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 재개발 사업에도 착수했다. 지난해는 미국 축구 뉴욕시티FC를 창단했다. 아부다비 자본의 미국 진출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아부다비 그랑프리, 아부다비 골프대회, 맨시티 투자 등이 엄청난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동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데이비슨 더럼대 교수는 "걸프 3국의 스포츠 투자는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한 접근법이다. 소프트 파워를 축적하기 위한 것"이라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 언젠가는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영국·프랑스·미국처럼 군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보호하는 위치에까지 오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행사 유치와 스폰서십을 통해 자꾸 이름이 노출되다 보면 전쟁·테러와 정반대의 이미지가 쌓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나 천연가스 매장량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스포츠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돈을 주고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는 의혹 등 대회유치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오히려 국가 신인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국제 대회에 맞춰 쉬지 않고 호화 스포츠 시설을 짓다 보니 노동자 처우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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