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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남미 최대 항구도시 산투스. 상파울루에서 재배된 커피는 산투스를 거쳐 세계 각지로 퍼졌다. 커피 수출항으로 알려진 산투스가 더 유명해진 것은 바로 두 명의 축구스타 때문이다. '펠레와 네이마르의 도시' 산투스를 15일(이하 한국시간) 방문했다.
산투스에는 '페이시(물고기 군단)'로 불리는 프로축구팀 산투스FC가 있다. 산투스FC는 '축구황제' 펠레(74ㆍ브라질)와 '신성' 네이마르(22·브라질)를 배출한 102년 전통의 명문 구단. 브라질 1부리그 통산 8회 우승을 자랑하며 남미 챔피언스리그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3차례 제패했다. 1962·1963년 우승에 펠레가 있었다면 48년 만인 2011년 우승은 네이마르가 이끌었다. 페냐롤(우루과이)와의 결승 2차전(2대1 산투스 승) 선제골도 네이마르의 몫이었다.
산투스 주택가에는 1만6,000여명을 수용하는 작은 구장 빌라벨미로가 숨어 있다. 이곳이 바로 산투스FC의 홈 구장. 1층 축구 기념관(MEMORIAL DAS CONQUISTAS)이 구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330㎡(약 100평)도 안 돼 보이는 공간인데도 입장료가 8헤알(약 3,600원)로 제법 비싸고 관리원도 3~4명이 일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공은 1956년부터 19년을 산투스에 몸 바친 펠레. 입단 계약서에 사인을 하던 열여섯 살의 펠레부터 브라질에 3차례 월드컵 우승을 안기던 장면까지 생생하게 보존돼 있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산투스에 5년밖에 몸담지 않은 네이마르의 흔적들도 펠레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의 골'에 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수상 장면과 닭볏 머리를 하고 날아오르는 세리머니 장면이 반복 재생됐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기념관 한가운데 세워진 펠레와 네이마르의 등신상. 철로 정교하게 엮은 두 작품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유소년 시절부터 산투스에서 뛰고 산투스에서 '5,700만유로(바르셀로나로의 이적료)의 사나이'로 성장한 네이마르를 산투스 구단은 펠레만큼 사랑하고 있었다. 펠레가 수년 전부터 네이마르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보다 낫다"고 강조해온 것도 네이마르가 브라질 대표팀은 물론 산투스 직속 후배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펠레에게서 대표팀 10번을 물려받은 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네이마르는 생애 첫 월드컵인 이번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에서부터 2골을 폭발했다. 유럽 언론들은 "네이마르의 좁은 어깨가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우려했지만 네이마르는 1경기 만에 전 세계에 스타성을 증명했다.
개막전 2골의 흥분은 산투스에서만은 이틀이 지난 이날도 진행형이었다. 10대의 네이마르가 꿈을 키웠을 바로 그 해변에서 10번 유니폼을 입은 꼬마들이 맨발로 공을 차고 있었다. 한 주민은 "펠레도 못한 월드컵 데뷔전 득점을 네이마르는 해냈다. 18일 있을 멕시코와의 2차전과 남은 경기에서는 그의 천재적인 플레이를 편안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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