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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8일 국회에서 개최한 금산분리 법안 공청회에서는 기업 측은 불참하고 진보진영 학자가 돕겠다고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실천모임의 안이 민주통합당 안보다 더 좌클릭한데다 공청회 토론자 구성이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이 참석을 거부했다. 반면 전경련은 전날 민주통합당이 비슷한 주제로 연 토론회에 참석했다.
경제민주화는 여당이 여론몰이와 법안 추진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전경련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기회를 걷어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천모임은 이날 토론자로 당초 정중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국장,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윤창현 금융연구원 원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했다.
이 가운데 김성진 부위원장, 전성인ㆍ김상조 교수는 금산분리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를 대변하는 정중원 국장은 중립에 가까우며 윤창현 원장은 우파 성향이고 최병일 원장은 전경련 측 토론자다. 전경련은 기업을 대변할 민세진 동국대 교수를 추가 토론자로 요청했고 실천모임이 받아들였다.
전경련은 그러나 '발제자인 김상민 의원을 비롯해 전체적인 패널 성향이 치우쳐 있다'고 문제 삼았다. 결국 이날 최병일 원장은 불참했고 토론자 5명 가운데 기업 입장은 윤창현 원장 한 명만 대변했다.
반면 전경련은 전날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배상근 경제본부장을 보냈다. 이 토론회에는 정중원 국장과 함께 전경련 측을 옹호하는 김정호 연세대 교수가 왔고 반대 입장인 전성인 교수와 김우창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자 중 찬반 입장이 절반으로 새누리당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금산분리 방안이 민주통합당보다 더욱 강경하기 때문에 전경련이 토론회를 거부하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금산분리를 강조해온 김상조 교수는 "실천모임의 법안이 제가 떠들어온 내용과 비슷해 반가우면서도 당혹스럽다. 변한 것은 내가 아니라 새누리당"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도 "무늬만 하는 게 아니라면 (새누리당의) 실천모임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실천모임의 남경필 의원은 "재계 쪽 요청을 100% 받아들였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불참해 상당히 아쉽다"며 "뒤에서 목소리 낼 게 아니라 공개석상에서 이야기하는 당당함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종훈 의원은 "새누리당이 많이 변하기는 했다"며 "말로만 변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정당이라 재계의 우려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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