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회돌이를 통하여 흑이 강화되고 나자 좌변의 백대마가 졸지에 곤마로 변하고 말았다. 원래는 좌상귀에 백의 실리가 적어도 10집은 붙을 수 있는 모양이었는데 한 수 삐끗하는 바람에 두 눈 만들기에 급급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백86으로 어깨를 짚어 탈출에 나섰다. 흑87 이하 91은 기분좋은 수순. 좌변의 흑진에 토실하게 실리가 붙었다.
백96은 일종의 승부수. 온건하게 두자면 참고도1의 백1로 끊어서 백11까지 제자리에서 살아두어야 마땅하지만 그것으로는 바둑을 이길 수 없다고 보고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백98로 강경하게 차단하고 100으로 막자 필자의 눈에는 흑이 거북한 것처럼 보였으나 검토실의 프로 고수들은 모두들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흑이 곤란한 것 아니야?"(필자)
"백이 무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윤현석)
윤현석은 바둑판 위에 참고도2의 흑1 이하 10까지의(7과10은 3의 오른쪽. 8은 3의 자리) 회돌이치는 맥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백이 무조건 죽는다는 얘기야?"(필자)
"이것은 쉬운 수읽기니까 어디 한번 최종 결과를 알아맞혀 보시지요."(윤현석)
아마추어 초단(종래의 3급) 정도면 최종 결과를 쉽게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보를 보기 전에 자신의 수읽기 실력을 테스트해 보시기를.(81…81)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