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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무엇으로 강화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교육수준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 즉 '인적자원'이 곧 성공의 열쇠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개인의 발전과 능력개발에 많이 투자하는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바로 이런 면이 지금의 한국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확신한다.
고용주 배려 없인 육아-직장 병행못해
우리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우수 인력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따라서 지금의 글로벌 전쟁터에서는 이들을 유치하고 포용해 잃지 않는 것이 모든 기업들에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위에서 언급한 패러다임과 모순을 이루고 있다. 최고의 인재를 놓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워킹맘들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에 82.4%로 당시 81.6%를 기록한 남성 진학률을 앞서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전문대 이상 졸업 여성고용률에서 조사 대상 23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한 국내 남성고용률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는 우리나라 20대 여성고용률이 30대에 이르러서는 높아지는 남성고용률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진다. 대다수가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워킹맘의 현주소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상당수의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전념한 후 복직을 원해도 기회를 잡지 못한다. 고용주가 워킹맘의 처지에 신경 쓸 여력이 없거나 굳이 신경 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는 해마다 많은 인재들을 잃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여성 취업률이 높아져 2013년에는 53.1%에 이르렀지만 아직 OECD 전체 회원국 평균에 크게 밑돌고 있다.
미국 여성 취업률 62%보다 훨씬 낮다. 독일의 여성 취업률은 67.7%에 이른다. 독일 여성 3명 중 2명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독일어로 직업, 직장을 뜻하는 단어인 '아르바이트(Arbeit)'를 한국에서도 사용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독일에서 근무하는 몇 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독일의 워킹맘들은 좋은 환경에서 합리적인 보수를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심지어는 팀장이지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팀장 자리 하나를 공유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아르바이트에서도 여성이 직장과 가정생활에 균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전반적인 사회인식과 직장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독일사람들이 융통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워킹맘 지원에 있어서는 독일 시스템이 우리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하거나 집에 있어야 하는, 워킹맘이 빈번하게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유연성이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유연성을 발휘해 도움을 줄 수 있다. 탄력근무제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탄력근무란 본인의 업무처리에 대한 책임은 유지하되 근무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리를 임직원에게 주는 제도이다.
탄력근무제 등 근로유연성 높여야
탄력근무제와 더불어 모바 오피스 환경도 워킹맘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후에 아이의 학교 행사가 있거나 낮에 30분 정도 소요되는 의료 진료를 예약했다고 가정하자. 개인 용무 시간외에 집에서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간 등으로 길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워킹맘은 어쩔 수 없이 하루 휴가를 써야만 한다. 회사의 노트북을 집으로 가져가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탄력근무제와 모바일오피스 제도, 이 두 가지는 실행하는 데 크게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변화가 임직원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오늘날 한국의 발전은 기적이라는 단어가 부족해 보일 정도라고 높게 평가한다. 그만큼 우리가 모든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해왔다는 자부심도 크다. 이를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지금도 기업들은 고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에 해낸다. 그것이 우리의 장점이고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유연함도 고용에 있어서 워킹맘들만은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기업 문화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를 바꾸려면 누구보다도 기업 지도자들이 앞장서야만 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 인력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적극 실행해야 한다. 원칙 있는 유연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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