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인들도 나랏빚을 걱정하고 있을까. 답은 '그렇다'로 확인됐다. 12조달러에 달하는 나랏빚을 떠안고 있는 미국 재무부에 올해 300만달러(약 34억9,000만원)가 넘는 성금이 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머니는 미 재무부의 자료를 인용, 지난 9월로 끝난 2009 회계연도에 미국민들이 '나랏빚 갚기'를 위해 기부한 금액이 300만달러를 넘었다고 13일 보도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1961년 제정 법안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나랏빚 탕감을 목적으로 하는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재무부는 이전까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역시 특별히 '나랏빚 기부'를 홍보하지 않았지만, 300만 달러는 지난 1994년(2,1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 부채를 모두 갚기에는 어림없는 액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액수도 아니다. 재무부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기침체를 경험한 미국인들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평균 100달러 이하의 조막손 기부금을 냈다고 전했다. 1주일 동안 재무부에 기부금이 도착한 횟수는 평균 5번. 재무부의 킴 트리트 대변인에 따르면 기부자 중 일부는 기부금에 기부 이유를 설명하는 쪽지도 동봉했는데, 대부분은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해 성금을 냈다. 지난 1907년과 1997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국채보상운동과 금모으기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고인이 유언장에 기부 의사를 밝힌 경우도 많았다. 기부자 일부는 이민자 출신으로서 '기회를 준 미국에 감사하다'며 나랏빚 줄이기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소식에 대해 미국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CNN머니가 행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부는 전혀 기부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한 남성 응답자는 "절대로 기부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한 사람이 100달러씩 기부한다 쳐도 12조달러의 빚을 탕감하기 위해서는 1,200억명의 기부자가 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응답자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응답자는 "10, 20달러씩 모아서 나라빚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다"고 전했다. 한편 미 정부의 국채를 관리하는 미 공공부채관리국(BPD)은 조만간 홈페이지에 온라인 기부 메뉴도 만들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수표를 써서 웨스트 버지니아 주의 BPD로 부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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