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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자원에 대해 무한한 탐심을 감추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엔 아프리카 자원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공을 들여왔던 중국으로서는 가뜩이나 서구 국가들과의 자원전쟁도 버거운 판에 적이 하나 더 늘어난 격이다. 지난 23일 이집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우마르 야라두아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핵에너지와 가스 개발, 석유 탐사 협정을 체결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모든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러시아의 대(對) 나이지리아 투자 규모는 수십억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야로슬라브 리소볼리크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각국이 벌이고 있는 자원전쟁에 참여함으로써 특히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에 이어 우라늄이 풍부한 나미비아와 석유 부국 앙골라를 차례로 방문,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자원 외교를 벌일 예정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방문은 지난 2006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이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두번째다. 러시아 정치전략연구소의 세르게이 미케예프 연구원은 "이번 방문만으로 러시아가 중국이나 미국과 전쟁을 벌인다면 우습겠지만, 어쨌거나 러시아는 첫 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나이지리아와의 핵에너지 협정은 나이지리아의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나이지리아 대통령 대변인의 발언을 부각시키며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5,6년 전부터 천연자원을 염두에 두고 대(對)아프리카 외교에 공을 들여 왔기 때문이다.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중국 지도층이 방문한 아프리카 국가는 40여개국.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에도 탄자니아와 세네갈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면서 수백억달러 규모의 원조 및 차관협정을 맺었다. 한편 아프리카 바깥에서의 자원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2위의 정유업체인 시노펙은 24일(현지시간) 스위스의 원유탐사업체 아닥스(Addax petroleum)를 73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스라엘과 이라크 등지의 원유 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노리는 석유 매장지역이 중앙아시아에서 중동 및 남미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자원외교에 이어 이제야 아프리카에 첫 발을 뗐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영향력 강화를 노리는 러시아에게는 적잖은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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