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보(R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과 금융사의 고객투자금 유용사건 등 미국 월가를 둘러싼 금융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자 투자자들이 월가 투자은행(IB)을 외면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 아래 이들의 탐욕을 규탄하던 대중의 움직임이 투자축소라는 현실로까지 이어지기 시작한 것.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뮤추얼펀드에서 총 3,050억달러가 순유출됐으며 2010년을 제외하고 4년 동안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정부가 보증하는 과세대상채권펀드(Taxable bond fund)로의 순유입액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5년간 8,34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안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정부 보증자산 쏠림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16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473%를 기록하며 사상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로이터는 "미국 국채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불안정한 세계금융시장을 반영하지만 월가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월가에 등을 돌리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월가의 탐욕을 제어할 방화벽을 세웠다고 믿었는데 잇단 스캔들로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5월부터 불과 두 달 사이 총 5건의 굵직굵직한 금융 스캔들이 터지고 투자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자 월가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미국 내 최대 예금은행인 JP모건체이스로 이 은행은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소홀로 현재까지 75억달러의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 기업공개(IPO) 당시 나스닥의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으며 모건체이스 등 투자주간사는 투자정보를 일부 큰손에게만 전달해 구설에 올랐다.
6월에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자사의 입맛에 맞게 전세계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리보를 조작했으며 선물투자사인 페레그린이 고객돈 2억달러를 무단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고 16일에는 HSBC 미국법인이 멕시코 마약거래 자금 돈세탁을 해왔다는 스캔들도 터졌다.
헤지펀드 업체인 새브리즈파트너스의 덩 카스 회장은 "최근 일련의 금융 스캔들을 봤을 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월가의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면서 "이런 회의감이 투자축소 등으로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잇단 스캔들로 최근 월가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의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대다수다. 실제로 13일 JP모건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액 보고서가 공개됐음에도 이 회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샌디에이고대 법대의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는 "새로운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언제나 이를 잊고 계속 월가에 돈을 맡겨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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