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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인철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높아진 인기 만큼 세계랭킹 높일것"<br>현재 실력 중국보다 나아 A매치 늘려 10위권 진입<br>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밀고 당기기로 선수들 훈련


"오늘은 머리 스타일이 괜찮네요."

한국 여자축구의 유망주들을 조련해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세계 3위로 이끈 최인철 감독(38ㆍ사진)을 만나 헤어스타일에 대해 물어봤다. 잘 생긴 외모,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180㎝가 넘는 키의 준수한 사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대범하고 강인하게만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그는 헤어스타일에 징크스를 갖고 있다. "경기 당일 머리를 감고 가르마를 타는 데 한번에 예쁘게 나와야 승리한다"는 것. U-20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1대5로 대패한 날도 헤어스타일이 문제였다. "라커에 들어오니까 감독님 머리 모양이 이상하다고들 말하더군요. 예감이 안 좋더니 결국 크게 졌지요."

◇높아진 인기 실감…세계 10위권 진입해야="여자 축구가 이제 관심의 첫발을 내디딘 것 같아요. U-20월드컵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 선수들이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미디어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을 처음 봤거든요. 제가 애들한테 말했어요. '사람들이 지켜보니까 너희들 앞으로 함부로 행동 못 할거다'라고요."

여자축구가 관심을 받도록 만들겠다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여자국가대표 감독으로 신분이 상승한 그의 다음 목표는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라던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비슷했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1위이고 중국이 11위예요. 사실 현재 실력은 우리가 중국보다 나은데 랭킹이 떨어지는 것은 A매치를 많이 치르지 못해서입니다. A매치를 늘리고 성적을 내면 10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어요."

◇여자 선수 훈련법? "밀고 당기기"=최 감독은 건국대 4학년 시절 결핵을 앓으며 프로선수의 꿈을 접었다. 그는 2000년 동명초등학교에서 여자축구를 처음 지도한 이래 오주중(2001~2004년), 동산정보산업고(2004~2008년)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지메시' 지소연과 '얼짱 골키퍼' 문소리는 중ㆍ고교 시절부터 그가 키운 제자들이다.



"흔히 여자 마음은 갈대라고 하잖아요. 남자 선수들만큼 쉽지 않아요. 응용력도 떨어지고 발전 속도도 더뎌요. 분위기를 많이 타서 오전에는 기분이 좋다가 오후에는 쭉 처져 있기도 하지요."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의외였다. 강인한 터미네이터 같은 최 감독이 '엄마 같은 모성애'를 발휘했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의 선수들이 많다 보니 작은 것에 감동을 많이 받아요. '고맙다' '자랑스럽다' 이런 말들이 선수들에게 잘 먹히더라고요. 같이 장난도 치고 편하게 지내다가도 훈련 때는 확 조이는 거죠. (마음을) 줬다가 뺐었다가 하는 거예요."

◇'여자 축구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 듣기 좋아=그는 하루에 3~4시간을 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새벽에 하는 경기도 꼬박꼬박 시청한 뒤 영상 자료로 활용한다. "전술보다는 주로 실수하는 장면을 녹화해서 보여줘요. 빅리그 선수들도 저렇게 실수하니까 주눅들지 말고 플레이하라는 뜻이죠. 동기 유발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돼요."

그에게는 일곱 살짜리 딸이 있다. "축구 선수를 시키겠냐"는 질문을 슬쩍 던졌다. "축구는 협동심ㆍ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스포츠예요. 선수야 재능이 있으면 시킬 수도 있죠. 그러고 보니 우리 딸이 달리기도 빠르고 괜찮은데요."

그는 정말 '여자 축구에 미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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