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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ㆍ바다 만나는 곳 2020년 200MW 플랜트, 블랙아웃 막을 최선의 해법 기대
제주 공항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30여분을 가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JGRC)가 모습을 드러냈다. 센터 앞쪽으로 펼쳐진 제주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2기의 해상풍력발전기와 인근 육상풍력발전기 1기의 바람개비(블레이드)가 돌아가는 것을 보자 단번에 이곳이 한국 신재생 에너지 연구의 산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와 실증보급 사업을 통합 추진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JGRC에는 석ㆍ박사 24명 등 총 40여명이 원천 기술 개발과 실증 기지 구축 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여러 연구과제 등을 수행하고 있는 JGRC가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부문은 바로 염분차 발전이었다.
염분차 발전은 염도가 낮은 담수와 염도가 높은 해수 사이의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담수와 해수 사이에 멤브레인이라는 반투과성 분리막을 설치하면 담수에서 해수로 물(용매)이 이동하면서 압력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 압력은 물이 2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힘과 같다. 양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바닷물은 가히 무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염분차 발전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또 수력발전용 댐을 지을 필요가 없고 화석 연료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친환경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염분차 발전소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면 어디든 지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새만금과 낙동강 하구 등이 적합한 지역이다. JGRC는 2015년 50kW급, 2020년 200MW급 플랜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이분야 선두 업체인 네덜란드 레드스택이 현재 건설 중인 염분차 발전소와 맞먹는 규모다. JGRC는 장기적으로 GW급의 플랜트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JGRC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서의 염분차 발전소다. 굳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 아니더라도 담수와 해수 저장 시설만 갖춘다면 도심 혹은 가정에도 염분차 발전소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JGRC의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는 낮 시간대에 염분차 발전을 해 전력 공급량을 늘리고, 전력 사용량이 많지 않은 밤 시간대에 버려지는 잉여전력을 활용해 해수에서 담수를 분리해 이를 다시 낮 시간대 염분차 발전에 활용하면 최근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블랙아웃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기술 수준은 해수와 담수 각각 200톤이 있어야 5kW를 생산해낼 수 있다. 양 연구원은 “염분차 발전을 할 때 단순한 해수가 아닌 고농도 염수를 이용하면 생산 전력량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며 “담수의 물이 해수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압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멤브레인의 성능을 높이는 것도 JGRC의 큰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JGRC는 현재 기술적으로 30m 수심까지만 설치 가능한 해상풍력발전기를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부유식’ 풍력발전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먼바다로 나가면 세기가 세고 균일한 ‘좋은 바람’을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흐름전극을 이용, 해수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FCDi(Flow-eletrode Capacitive Deionization) 해수담수화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 했다. 이 기술은 최근 에너지 분야 권위지 Energy & Environment Science에 게재됐다.
*사진설명
양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이 12일 JGRC에서 염분차 발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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