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통신산업과 KT의 체질변화를 주도하는 이석채 KT 회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26일자에 한 면을 할애해'KT는 어떻게 브로드밴드를 이끌었나?'라는 제목의 이 회장 인터뷰를 실었다. 이 신문은 한국 국민들이 산간 오지까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값싸게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한 이유 중 하나로 KT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4년간 KT를 이끈 이 회장이 유선사업(KT)과 무선사업(KTF)을 합병하고 위성TV와 엔터테인먼트로 사업 범위를 넓혔으며 애플 아이폰을 한국 최초로 들여오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KT와 같은 전통적인 망사업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향후 5년 내 모든 것이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로 전환될 것"이라며 "그것이 유선이냐 무선이냐의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브로드밴드 역량을 다방면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용자들에게 시장을 제공하는 대신 수익을 서로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며 "브로드밴드 위에서 소비·유통되는 음원, 교육(e러닝)과 같은 수많은 가상재화(virtual good)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해외진출 의지도 밝혔다. 그는 "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 주파수를 구매하거나 통신사 지분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KT는 유무선이 합쳐진 기업으로 이는 해외에 판매할 게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개발도상국 진출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KT가 변화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기업 거버넌스(통치운영구조) 시스템의 안정화"라며 "KT가 재벌과 달리 대주주가 없다는 이유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들조차 정권교체와 맞물려 경영진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사회 주도로 운영되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임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