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이달 말 금산분리와 순환출자에 대한 최종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지향점과 일관성을 상실한 채 당 내부에서 의견대립이 증폭되고 있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실천모임은 1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중간금융지주사 설립과 의결권 제한, 자본적정성 평가를 병행하는 강도 높은 금산분리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확정된 금산분리 방안에는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15%에서 5%로 제한 ▦2금융권을 통해 계열사를 소유할 경우 자본적정성 평가 등이 담겨 있다.
실천모임은 이르면 이번주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산분리 법안(5호)을 내놓기로 했다. 결국 대기업집단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완전히 분리하든지, 아니면 의결권 제한과 자본적정성 평가 등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산분리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한 김상민 의원은 "의결권ㆍ자본적정성 등 이중규제를 통해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를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로 유도, 산업과 금융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사를 세우지 않는다면 삼성생명 지분 7.5% 중 의결권은 5%로 축소된다. 또 삼성생명은 자본적정성 평가를 통해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는 현대자동차ㆍLGㆍSK 등 다른 대기업집단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실천모임이 강경하게 금산분리 방안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당 싱크탱크인 여연은 신중하고 온건한 입장을 나타내 대조를 이룬다.
여연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개별 대기업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금산분리 등 획일적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대신 일감 몰아주기, 단가인하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개선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성공한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제재방향으로 진행되면 기업의 의욕과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배구조 자체를 위법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급격한 금산분리는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중소기업에도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새누리당 내 매파와 비둘기파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박 후보가 실천모임의 강경한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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