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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영하 금리시대' 금융이변 속출

예금에는 수수료 물리면서 대출받은 차입자에는 이자

亞도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

깜짝 금리인하 시행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외환위기후 최저수준

"상황 장기화땐 파국위험" 경고


 # 덴마크 의료인 에바 크리스티안센은 최근 자국 내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현지 은행인 단스케방크가 그에게 -0.0172%의 이자율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도 이자를 받기는커녕 월간 7덴마크크로네씩을 그에게 지급하는 셈이 됐다.

 # 스위스 정부는 8일(현지시간) 10년물 국채를 연리 -0.055%에 발행했다. 5년 이하 단기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적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10년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한 것은 스위스가 처음이다.

올 들어 유럽에서 시작된 중앙은행들의 통화전쟁으로 시중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줄줄이 떨어지면서 금융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예금자가 도리어 은행에 수수료(일종의 역예금이자)를 물고 차입자가 대출기관으로부터 이자를 받는 기현상이 국채시장은 물론 민간 소매금융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덴마크 소형은행인 에르베스방크가 지난 2월부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일반예금에 0.5%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덴마크 은행들도 기업이나 기관 고객에 예금 수수료를 물리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도 스칸디나비스카엔스킬다은행(SEB) 같은 대출기관들이 비슷한 문제를 고객들과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2월 세계 최초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예금 기준)로 낮췄으며 곧이어 덴마크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원국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QE)를 단행해 유로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되자 비(非)유로존 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가 자국 환율 방어를 위해 초강수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여파로 해당국 시중금리도 줄줄이 하락하며 일반예금에까지 '영하(서브제로)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행진은 국채시장에서도 확산일로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7일 해당국으로서는 처음으로 단기국채를 영하금리(-0.002%)로 발행했으며 이튿날에는 스위스 정부가 중장기물인 10년물 국채를 마이너스로 발행했다. 앞서 독일·오스트리아·핀란드 등도 단기국채를 영점 밑 금리로 발행했다. 단스크는 2월 중순 발간한 '매크로리서치' 보고서에서 "유럽 국채시장의 30%에 가까운 물량이 이미 마이너스 수익률(금리)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마이너스 금리 국채의 시장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하금리 바람은 아시아에서도 불고 있다. 아직 공식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나라는 없지만 현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럽 등에 맞서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며 공식 기준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 기준금리'로는 이미 0%에 근접했거나 밑도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중순 소개한 HSBC 자료에 따르면 이미 홍콩의 실질 기준금리는 -3.9%(예금 기준)로 떨어졌으며 싱가포르와 인도 기준금리(〃)도 각각 -1.3%와 -0.9% 수준까지 추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추락세가 은행·자산운용사들의 수익기반과 자산운용성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유럽의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 대해 "상황이 더 장기화하면 파국적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FT를 통해 경고했다. 신흥국에서는 통화위기가 올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근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는데 그 여파로 루피아화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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