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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 10명의 내면세계 다뤄

왕을 위한 변명/신명호 지음, 김영사 펴냄


고종은 을미사변이 일어난 지 5일 만에 상궁 엄씨를 궁으로 들여 동침했다. 엄 상궁은 을미사변이 일어나기 10년 전 고종이 가까이 한다는 이유로 명성황후의 미움을 사 쫓겨난 궁녀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양 사람들은 임금이 쓸개 빠진 짓을 했다며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복수의 칼을 갈아야 할 고종에게는 중차대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경복궁에 갇혀 있던 당시 고종은 을미사변까지 겪으며 공포가 극에 달했다. 가끔 서양 선교사들을 접하곤 했는데 미국 공사의 통역사였던 언더우드를 만날 때면 독살의 공포를 덜어줄 음식과 불안한 신변을 지켜줄 경호를 요청하곤 했을 정도다. 그런 고종이 친일파 관료들의 감시를 벗어나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곳은 후궁과 궁녀들이 거처하는 ‘금남의 영역’ 뿐이었다. 이후 임금은 궁녀들을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로로 삼았고 훗날 1896년 아관파천 때 엄 상궁의 가마를 타고 세자와 함께 러시아 공사관으로 탈출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역사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인간통찰의 관점에서 조선의 왕들에 접근했다. 사료는 ‘조선왕조실록’이 중심축을 잡았으되 대의명분에 입각해 왕을 비판했던 내용들을 ‘승정원일기’를 기반으로 다각도로 분석했다. 태종은 태상왕 이성계와 갈등을 겪었고 끊임없이 아버지의 애정과 신뢰를 얻고자 했다. 천운을 갖고 태어났다는 세종은 왕좌에 올랐으나 형제들에게는 경쟁자였다. 세조의 불교를 향한 염원은 원인 모를 병이 원인이었고, 연산군은 폐비 윤씨의 빙의로 무병을 앓았다. ‘천재 임금’으로 성장한 정조의 뒤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태교와 최고의 교육환경이 있었다. 조선왕 10명의 이면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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