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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시공 구슬땀… "추위도 잊었죠"

[땀에서 희망을 찾다] 서일범 기자 지하철 공사현장 체험기 <br>오전 7시10분힘찬 체조구령으로 하루 시작<br>악명높은 공사구간…패널 떨어질까 조마조마<br>60대인부 "내년 대학졸업 아들 꼭 취직됐으면"

본지 서일범 기자가 지난 5일 서울지하철 9호선 923정거장 공사현장에서 대합실 내장재 마감공사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땀은 정직하다. 땀은 항상 그 대가를 돌려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주가와 부동산값은 곤두박질치고 온통 경제가 어렵다는 말뿐이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땀이 필요하다. 새해를 맞아 본지 서일범 기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쌍용건설의 지하철 9호선 923정거장의 공사 인부로 현장을 찾았다. 지난 5일 오전7시 아직은 오고 가는 사람이 뜸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지하상가. 2번 출구에서 5분쯤 걸어 들어가니 기둥 뒤편으로 자그마한 출입문이 나타났다. 문을 열어보니 매캐한 먼지가 코를 찔렀다. 서울지하철 9호선 923정거장(고속터미널역) 공사 현장이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따라 30m쯤 내려가자 갑자기 조명이 밝아지며 거대한 광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923정거장의 대합실이다. 현장을 안내한 한희준 쌍용건설 공무과장은 “휴대폰을 열어보라”고 했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먹통이었다. 한 과장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빙그레 웃었다. 하루 동안 이곳에서 일할 생각에 한숨이 흘러 나왔다. 오전7시10분 인부들이 모여 아침체조가 시작됐다. 현재 이 현장에는 협력 및 용역업체를 포함해 총 150여명의 인부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렁찬 국민체조 구령이 대합실을 가득 메웠다. 오늘의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올리세요. 균형이 안 맞잖아. 다시….” 첫 작업은 지하4층에 위치한 대합실에서 시작됐다. 천장과 벽면을 철제 판넬로 마감하는 공사였다. 바닥에서 5m 위에 설치된 철제 프레임에 리프트를 타고 사람이 올라가 판넬을 고정하면 철제 프레임 위에 올라선 사람이 그것을 용접하는 방식이었다. 지상 5m에 불과했지만 흔들리는 리프트 위에 올라서 판넬을 붙들고 있으니 손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작업을 총괄하는 심현구 미투건자 소장은 “왼쪽, 오른쪽, 조금 더 위로”라고 연신 외치며 판넬의 위치를 조정했다. 행여나 판넬을 놓치지는 않을까 연신 진땀이 흘렀다. 토목공사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지하철 9호선 913공구(신반포역~고속터미널역)는 공정이 까다롭기로 공사 시작 전부터 악명이 높았던 곳. 일반적으로 지하철 공사는 지면을 전부 개착해 공간을 확보하고 공사를 진행하지만 이 현장의 경우 공구 바로 위로 지하철 3호선이 지나는데다 또 그 위로 반포 지하상가가 영업을 하고 있어 지면을 파헤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5분마다 ‘덜컹덜컹’하고 지하철 지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913공구의 감리를 맡은 황효석 ㈜건화 이사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진행된 공사”였다며 “아무런 사고 없이 공사를 수행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후 들어 지하1층으로 작업 현장을 옮겼다. 잡다한 공사 자재 등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아무래도 정밀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에 ‘초보일꾼’을 계속 두기는 어려웠으리라 짐작됐다. 한 과장은 “공사체험을 하러 온 신입사원들도 주로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며 “아쉬워할 필요 없다”고 귀띔했다. 지하 깊은 곳의 현장은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영상 5도 내외로 온도가 유지되지만 위로 올라오자 매서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이곳에서 만난 김현일(62)씨는 10개월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이 꼭 취직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쌍용건설 조성익(31) 기사 역시 자신의 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조 기사는 “장가도 못 갔는데 해외현장으로 발령이 나 다음달 출국하게 됐다”며 “젊을 때 열심히 일한 만큼 반드시 보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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