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해마다 연말이면 그렇듯이 여전히 춥다.
미국경제는 회복세가 뚜렷해져 2008년 불어닥쳤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내년에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소식이 뉴스를 가득 채운다. '헬리콥터 밴'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돈을 충분히 풀었다가 점차 거둬들이겠다는 테이퍼링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일본도 군국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경제는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내부 개혁에 중점을 두는 중국도 꾸준히 7~8%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올해 예상 국내경제성장률(GDP)이 2.8% 로 지난해 2.0%를 웃돌며 반등의 신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2만3,679달러로 34위다.
하지만 여전히 삶은 팍팍하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부부는 11만 4,300쌍으로 결혼자 대비 이혼자 비율을 나타내는 이혼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자살률도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33.5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2.8명을 배 이상 웃돌며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 자살자들이 많은데다 시험공부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적잖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국민들은 웬만큼 살고 있다지만 여전히 힘들고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실업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 최근 십여년 만에 대학가에 나돈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는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자영업자들도 침체된 경기에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양극화 등 고단한 삶 여전
이런 와중에 미래의 청사진을 내보이며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할 정치는 소통 없이 겉돌기만 한 것 같다.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싸고 해답 없는 논란만 벌였고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지나도록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야 한다. '정글만리'로 3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낸 조정래 작가는 "삶이 어려울수록 내부적으로 희망을 키워야 한다. 희망을 만들면 절망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유럽도 바닥을 친 분위기라 세계경기도 점차 좋아질 것이다. 독일에 광부·간호사로 돈 벌러 갔을 때 대학생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실업률이 높았던, 어려웠던 196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좋다.
우리에겐 저력이 있다. 경제적 파산상태라고 할 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2년 만에 극복해냈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하나 된 우리에 대해 최소 몇 십년간은 좌절하리라 여겼던 많은 나라들이 적지 않게 놀랐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때는 전국민이 빨간 물결 속에 단합하며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우리는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단결할 수 있는 민족이다. 우리 역사는 수많은 외침에 시달린 시련의 역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숱한 시련을 극복해내며 우리를 잘 지켜왔다. 비록 덩치가 크더라도 수백년간 이민족의 지배를 거듭 받아왔던 나라와 달리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월가의 큰 손 짐 로저스는 그의 저서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에서 통일한국이 일본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쪽의 값싼 숙련 노동자와 천연자원이 남한의 자본·기술·경영능력과 결합하면 짧은 시간 내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금·은화를 사모으며 필사적으로 투자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한다.
희망 키워 절망 딛고 도전해야
우리는 (청년)실업해소, 양극화 완화에다 통일이란 희망까지 품을 수 있다. 통일은 단기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업과 양극화는 각각 성장과 분배 문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 문제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공통과제이기도 하다. 타협은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4만불 선진국으로 내달리는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에서 소통을 배우자.
노래방에 가면 스트레스 해소용 음악으로 크라잉넛이 부른 '말 달리자'가 1위라고 한다. 함께 방방 뛸 수 있는 신나는 음악, '~닥쳐'라는 후렴구를 토대로 한 통쾌한 가사 때문에 1위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이런 띵굴띵굴한 지구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달리는 것' 노랫말처럼 새해에도 지구촌에서 열심히 달려보자. 때마침 내년은 청마(靑馬)의 해라 한다. hhoh@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