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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판에 박힌 주가 조회공시

정치권을 비롯한 온 나라가 대선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다. 증권가 역시 일명 ‘대선테마주’를 중심으로 후보들을 둘러싼 정치행보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대선테마주의 중심에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한 종목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후보가 검찰로부터 ‘BBK 무혐의’를 받은 지난 5일 대표적인 이명박주로 꼽히는 삼호개발의 주가가 급등,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점을 들어 그 사유를 해당 기업측에 물은 것이다. 하지만 삼호개발측은 ‘사유 없다’라는 판에 박은 답변만을 내놓았다. 삼호개발이 이명박 후보의 경부대운하 공약에 따른 수혜주로 치부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회사나 거래소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질문에 예상된 답변만이 오가고 있다. 주가급등락에 따른 조회공시가 형식적으로 치부되고 있는 일은 비단 삼호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증시에서 대부분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이라면 한 번 씩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인식될 정도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주가 급등락에 따른 조회공시 건수는 모두 466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70% 이상이 ‘특별한 사유 없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조회공시가 그저 판에 박은 듯한 거래소의 질문과 천편일률적인 기업의 답변으로 점철되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한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주가급등락 조회공시는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대부분이 그저 ‘사유 없음’으로 나온다”며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습적인 조회공시 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거래소의 마인드가 변화해야 한다. 표준화되고 도식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관리ㆍ감독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거래소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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