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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보증 사고 사업장, 헐값에도 안 팔리네

1,204억짜리 주상복합 51회 유찰에 154억으로 떨어졌지만…<br>저축은행 등 부실 겹쳐… 자금 수혈할 곳 사라지자 부도 아파트 인수자 없어<br>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에 사업성도 낮아 외면 당해

주택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며 건설사 부도 이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수십 차례 유찰을 거듭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2010년 시공사인 ㈜청구의 부도 이후 공사가 중단된 김포시 고촌읍 '청구지벤' 아파트 현장. /서울경제DB


수도권 주택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건설사 부도 이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아파트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현장은 잇따른 공매에도 입찰자가 없어 수십 차례나 유찰을 거듭하고 있지만 좀처럼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대한주택보증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부도로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되다 대한주택보증이 떠맡은 사업장이 수십 차례의 유찰에도 시장에서 외면을 당하고 있다.

분양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이 겹치면서 자금을 조달 받을 만한 곳이 부족해지자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찰 때마다 이전 공매가의 10% 이내에서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일부 사업장은 승계 사업자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신도종합건설의 경북 포항시 북구 득량동 아파트 현장은 공매 과정에서 13차례나 유찰돼 입찰가격이 최초 감정가 516억원의 3분의1인 187억원까지 하락했다.

2010년 부도난 대주건설이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서 시공하던 '대주 트윈팰리스' 주상복합 현장은 무려 51회나 유찰됐다. 이 과정에서 첫 공매 당시 1,204억원이던 입찰가격은 154억원으로 10분의1 수준으로 87%나 떨어졌지만 여전히 낙찰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같은 해 부도난 ㈜청구의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청구지벤' 아파트 역시 26회나 유찰돼 현재 입찰가격은 최초 감정가 1,878억원의 3분의1 수준인 680억원까지 하락했다.

특히 이 단지는 김포시 초입인 48번 국도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공정률이 80%로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지만 이후 2년간 방치돼 있다. 올해 초 한 시행사가 매수자로 나서 올해 내 공사 재개가 기대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돼 다시 공매로 나온 상태다.



대주보 관계자는 "680억원에 한 시행사와 수의계약을 진행했지만 최종 협상 과정에서 결렬돼 계약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분양보증 사고 사업장이 수요자에게 외면당하는 주요 원인으로 우발채무와 관리부실 우려 등을 꼽았다. 유치권 행사나 협력업체 대금 정산 등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사업장을 인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A건설 관계자는 "분양보증 사고가 난 사업장은 사업주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늘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 금액이 낮아져도 업체들이 쉽게 인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투명한 경기도 분양보증사고 사업장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여기에 사고 사업장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은데다 소비자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부도 현장의 사업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경매전문업체 부동산태인의 정대홍 팀장은 "업체 부도로 한번 좌초된 사업장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해보면 관리 상태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며 "문제 해결에 비용뿐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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