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공공기관장 선발에 '낙하산'의 기본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진 않았어도 부채가 많은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장 가운데 절반은 관료, 여당이나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다. 여전히 낙하산 천국의 틀을 깨려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래서야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전락한 공공기관의 현실을 타개하기 어렵다. 내수부진 등에 따른 세수부족과 복지지출 확대로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600조원에 다가선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고 방만한 사원복지·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낙하산의 최대 수혜자를 관피아에서 정피아로 바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관피아 척결만 외쳐선 공기업 등 공공기관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관피아도 문제지만 정피아·교피아라고 예외는 아니다. 관피아에 비해 되레 전문성·도덕성·조직장악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피아의 경우 출마 등을 위한 경력 쌓기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는 직역군을 구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직무요건을 제대로 충족하는 최고경영자(CEO)를 발굴해낼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게 어렵다면 '낙하산 방지법'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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