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시장에서 시세가 사라졌다. 특히 몇 개월 동안 아예 거래가 단절된 단지가 속출, 적정 거래가격에 대한 판단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24일 국토해양부와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면서 상당수 단지에서 몇 개월 동안 단 한 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분당ㆍ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다. 국토부 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이들 5개 신도시에서 거래된 건수는 단 107건에 불과했다. 5개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가 390여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4월 한 달간 4개 단지당 한 건 꼴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더욱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4월 거래분 107건 중 87건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였다. 이처럼 거래가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일선 중개업소조차 정확한 시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웬만한 아파트 단지마다 최소한 3~4개의 중개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지만 거래는 아예 이뤄지지 않다 보니 대부분 업소들이 단순히 매도호가에 의존해 시세를 추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일산 주엽동 B공인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중소형은 드물게나마 거래가 있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아예 문의전화조차 없다"며 "매도자들이 적정 거래가를 물어와도 대답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비교 대상 실거래가격 자체가 사라지면서 일선 시장에서는 정부의 집값 통계에 대한 불신도 커져가고 있다. 정부가 시세 판단의 기본 통계로 삼고 있는 국민은행 시세와 실거래가격 간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당 구미동 A아파트 105㎡형의 경우 지난주 국민은행 시세는 4억7,000만~5억6,500만원에 형성돼 있지만 이 아파트는 이미 4월 말 실거래가가 4억7,5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한 달 가까운 시차가 있는데다 집값 하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은행 시세와 실거래가 사이에 1억원 안팎의 격차가 생기는 셈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B아파트는 아예 4월 실거래가가 시세 범위 아래로 떨어져 있다. 국민은행 시세는 2억2,000만~2억5,000만원선이지만 이 아파트는 이미 4월 중순 2억1,200만원에 거래됐다. 분당신도시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계속 안정세라는데 도대체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통계만으로 집값이 안정세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시장과 정책의 괴리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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