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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가오는 유로존의 최종 선택


지난 금요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유럽 9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오는 2~4월 국채 만기가 대량으로 도래하는 이탈리아가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고 그리스도 3월이 가기 전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화 도입에 따른 불균형 심화를 해결하려면 유로존 분할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의 현 위기는 오히려 재정통합이라는 매우 길고 고통스럽지만 유로존을 더욱 강력하게 결속하는 최종목표를 향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유로존은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유럽 재정위기 해결 방안은 복잡다단한 정치적 합의와 인준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각국 의회나 국민들이 자국 이익만을 고려한 근시안적ㆍ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유로존은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에 유로존의 정치지도자들은 어떻게든 이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당초 프랑스ㆍ이탈리아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 및 유로본드 발행 등을 조속히 시행해 시장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반면 독일은 각국이 재정ㆍ경제개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재정규율을 강화하는 재정동맹으로의 진행을 서둘렀다. 재정규율을 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ECB의 역할 확대와 유로본드 도입을 추진할 경우 재정위기국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빚 상환 도와 유로존 파국 모면케

그러나 이는 순서의 문제일 뿐이며 재정규율 강화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의 합의가 완료돼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 독일도 결국 유로본드 발행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재정위기국의 국채발행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부채상환능력(debt sustainability)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연방세와 유사한 유로존세 도입, 유럽 연방재정을 담당할 EU 재무부 및 국채관리청(European Debt Agency) 설립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유럽 재정통합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장기 방안이 가닥을 잡은 후 각국 승인을 거쳐 실제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과도기적으로 재정위기 확산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ECB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ECB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제3의 기구를 통한 대규모 자금 지원 및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장의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는 역할을 요구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CB 강화→유로본드 수용할 듯

ECB 보유 국채가 향후 유로본드 업무를 담당할 국채관리청으로 이관될 것임을 명확히 한다면 ECB 부실화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유럽은 위기상황이 악화되면 최소한의 대책을 통해 대응하는 방식을 유지해왔고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위기상황이 더 심화돼 유로존 중심국으로 확산되거나 재정위기 국가 중 일부가 채무불이행을 선택한다면 유로존 국가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독일 등 유럽 중심국은 위기가 더 확대되기 전에 자국 국민들의 세금을 활용한 과감한 위기 해결책에 합의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 확대 이후 붕괴된 금융 시스템과 극심한 경기불황을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사후적으로 메워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상황이 악화될수록 전자를 선택할 확률은 높아 보이지만 선택은 유럽 국민과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유럽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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