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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진정한 선진국이 될려면
입력2008-01-06 17:10:09
수정
2008.01.06 17:10:09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새 화두는 ‘선진화’다. 지난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온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화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국정 목표다. 선진화로 간다는 것은 곧 선진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경제를 발전시켜 국민소득을 올리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다운 사회와 선진화된 국민의식을 갖췄을 때 참다운 선진국이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인 4만3,000달러가 넘는 쿠웨이트를 아무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으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갑자기 떼돈을 벌었으나 그에 걸맞은 교양과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자를 우리가 졸부로 여기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참다운 선진국이 되는 것은 온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데는 넘어야 할 산도 많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국민은 충분히 선진국을 건설할 역량과 자격이 있다. 동족상잔의 처절한 6ㆍ25동란을 겪었으나 한강의 기적으로 전세계가 놀라는 경제발전을 이뤘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학문ㆍ예술ㆍ스포츠 등에서도 세계적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고 있다.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라 할 이곳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200만 교포들도 타 민족에 못지않은 성공적인 이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들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비대해진 정부와 공권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서방 선진국에서 경제적 부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업이 창출한다. 정부가 경제를 담당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실패를 인정하고 지난 20여년 사이 시장경제로 돌아온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나라도 1960~70년대 압축성장기에는 자본과 경영능력이 부족한 민간기업들을 강력한 정부가 앞에서 끌고나갔으나 이제 세계화한 경제환경 속에서는 기업들이 앞장서 경쟁하고 정부는 뒤에서 보조역할만 하면 된다.
국제 경제환경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히려 비대해진 정부와 수많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에 아직도 관존민비 의식이 팽배한 탓인지 새 정부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벌써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연줄을 찾아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든다니 한숨을 넘어 탄식이 나온다. 마치 우리가 21세기 아닌 조선시대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고급 공무원 자리가 뭐가 그렇게 매력적이란 말인가. 이곳 워싱턴에서 정부 고위직은 밥 벌어먹는 직장이 아니라 이미 사회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인재들이 가정생활과 경제적으로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국가에 한시적으로 봉사하는 자리로 여기고 있다.
어른들이 이 모양이니 우리의 젊은이들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제일 똑똑한 청년들은 학교를 마치면 월가나 다국적 회사 아니면 실리콘밸리의 벤처 기업등 민간기업들을 선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능한 젊은이들은 고시합격으로 판ㆍ검사나 고급 공무원이 되기를 선망하거나 삼성과 LG 등 사기업보다는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을 더 선호한다. 그도 안되면 지방 행정기관의 말단 공무원시험에 구름처럼 몰려든다. 언제부터 우리 젊은이들이 이처럼 나약해지고 무기력하고 처량해졌을까. ‘청년이여 야망을 가지라’던 옛 구호들은 이제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나라 전반에 만연한 집단이기주의와 천민자본주의도 문제다. 서울에는 출신학교, 부모의 직장, 거주지역에 따라 그룹별로 차별 처리하는 결혼소개소들이 성업한다는 한국 유학생들의 얘기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처럼 돈의 노예가 돼 버렸을까. 물질주의의 극치라는 미국에서 만일 자녀들의 배우자를 돈으로 선택하려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들에게 커다란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가 참다운 선진국이 되는 데에는 아직도 험난한 장벽이 많다. 이것들을 극복하는 게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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