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대상선 2,000억 외자유치 협상] 현정은 회장 승부수… 자본잠식 해결·경영권 사수 '두토끼 잡기'

신규 투자 받아낸다면 지분 40% 까까이 보유

자금출처 불분명할 땐 상황 더 악화될수도

한국가스공사 등과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현대상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LNG를 가득 싣고 바다를 가로질러가고 있다. /서울경제DB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면서 그동안 대규모 적자로 그룹 전체의 손실을 가져온 현대상선이 막판 반전의 기회를 찾은 것일까.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의 '가시적인 성과 요구'에 현대상선이 '신규 외자유치'로 화답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3조3,000억원의 대규모 자구계획안을 발표했고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성과 대부분이 자산을 팔아 자금을 확보한 것이어서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 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장기침체에 빠진 해운업계와 이로 인해 날로 늘어가는 현대그룹의 당기순손실, 막대한 시장성 차입금, 불안한 지배구조 등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상선이 추진 중인 1,000억~2,000억원의 외자유치 협상이 막판에 틀어지거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은 극비리에 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 회장 VS 범현대가 지분다툼 끝나나=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주회사 격으로 해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대북사업을 하는 현대아산 등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현정은 회장은 범현대가와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2006년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현대가가 현대상선 지분 29%를 보유해 현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힘들어진 것. 현 회장은 고육지책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NH농협증권 등이 현대상선의 지분 약 16%를 사주고 대신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이 하락하면 손실을 보전해주는 계약이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파생상품 계약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가져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3,427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중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한 손실만 848억원에 달했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1,803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해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단기처방은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에서 현 회장의 지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당장 지분구조를 보면 7일 기준으로 현 회장 측이 27.12%, 범현대가가 27%를 보유하고 있다. 언제든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완료한다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는 물론 불필요한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8,000억원 규모인 현대상선이 2,000억원대의 신규투자를 받는다면 시장에서도 그동안 자산매각보다 훨씬 큰 평가를 받을 것이며 신인도나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이뤄질 신규투자는 최근 종가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주식을 받는다면 약 7.4%의 지분을 확보하지만 현대상선과 투자자 측은 협상을 통해 10% 이상의 지분을 배정하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 회장은 최대 4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파생상품 계약이 필요 없게 돼 손실도 막을 수 있다.

3월 말 현대그룹이 주채무계열에 편입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채권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의 협상안에 '독소조항'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파생상품 계약 못지않은 불리한 내용이 들어 있거나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다.

현대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면서 1조2,000억원의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아 채권단의 반대 속에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도 이번 신규투자 협상 내용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 확충 없는 자산매각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현대상선이 외자유치를 서두른 이유는 채권단과 금융감독 당국의 종용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현대그룹은 금융업 철수와 주요 계열사 사업부문·자산 매각으로 총 3조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이 중 현대상선이 지난달 LNG운송사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IMM인베스트먼트를 선정함에 따라 자구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 해결 단계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이 예상하는 사업부문 처분가격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자구계획에서 3분의1을 차지한다.

이 같은 현대그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현대그룹 측을 만나 '자본잠식상태를 해결하라'는 강력한 주문을 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자산을 팔면 장부가에 이익으로 잡혀 자기자본은 늘지만 자본금이 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한 지배구조는 그대로"라면서 "현 회장이 불안한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파생상품 계약을 감수하는 구조로는 그룹 재무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