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에게는 생소한 한 은둔형 헤지펀드 매니저가 '돈 버는 기계' 반열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미국 보스턴에서 에이브럼스캐피털매니지먼트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에이브럼스(사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지난 1999년 에이브럼스가 회사 설립 이래 연평균 15%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같은 기간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의 2배이고 배당을 포함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의 3배에 이른다. 에이브럼스는 지난해 23%의 펀드 수익률을 기록했고 개인의 세후 수입도 4억 달러에 달했다.
WSJ는 "에이브럼스는 TV에 정기적으로 나와 사기성 잡담을 일삼는 다른 스타 투자자들과 달리 대중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친분이 있는 소수의 베테랑 투자자들은 그를 '유니콘(머리에 뿔이 달린 전설 속의 말)'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에이브럼스의 투자기법도 다른 헤지펀드와는 다르다. 일단 투자 대상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주가가 하락한 소수 종목에 한정돼 있다. 에이브럼스는 과거 분식회계로 파산한 엔론 관련 부실채권에 투자했고 지금은 백화점 체인인 JC페니, 송금회사인 웨스턴유니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앞으로 민영화될 것으로 보고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주식에 베팅하고 있다.
아울러 비슷한 규모의 헤지펀드가 수백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애널리스트 3명의 도움으로 모든 투자결정을 혼자 내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극도의 인내력을 갖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장기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입이나 레버리지 기법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자산 80억달러 가운데 40%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에이브럼스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1988년 보스턴에 위치한 헤지펀드 바우포스트그룹에서 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다. 세스 클래먼 바우포스트 대표는 "에이브럼스는 비상한 머리를 가졌고 퍼즐과 보물 사냥 게임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동기들도 내향적이고 지적인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에이브럼스의 괴짜 성향은 투자자 대상의 서한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최근 단 여섯 절로 구성된 한 문장짜리 분기투자 보고서를 투자자들에게 보냈다. 에이브럼스에 자금을 맡긴 버클리음대의 로저 브라운 총장은 "에이브럼스는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논쟁하는 데 100만분의 1초도 허비하지 않는다"며 "만약 당신이 질문을 한다면 그는 대답하고 가만히 있으면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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