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미국에서 벌이는 치열한 외교전의 대표적인 예는 위안부 소녀상 건립과 교과서 동해 병기 법안이다. 지난 2010년 한인 시민단체의 주도로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위안부 기림비가 처음으로 건립됐으며 이후 미국 전역에 30여개의 기림비가 잇따라 세워졌다. NYT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는 한인 커뮤니티 노력은 시민단체 활동가뿐 아니라 한국 외교관들의 지원까지 받아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건립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미 일본 단체는 소녀상 철거를 위해 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대대적인 모금활동에 나서는 등 한일 단체가 날카롭게 맞부딪혔다.
최근에는 버지니아주 교과서의 동해 병기 법안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대사들은 직접 버지니아로 날아가 양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양국이 여론전도 치열하다. 국제전략연구태평양포럼의 조너선 버크셔 밀러 한일워킹그룹 대표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대학의 정교수 가운데 한국 또는 일본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은 교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양국 간 문제로 국한됐던 한일 과거사 분쟁이 미국으로 무대를 확대한 데는 한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부유해진 한국이 지난 동북아에서 100년간 우위를 점했던 일본에 도전하면서 지역 내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한일 문제에 있어 중립을 지켜왔던 미국을 설득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양국의 외교전략은 미국 내 한일 갈등의 주된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같이 치열한 외교전에서 현재까지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를 유대인 학살과 같은 반열의 반인륜적 행위로 지적함으로써 설득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CNN 등과 같은 미국 주류 언론은 최근 황금자 할머니의 사례와 위안부 소녀상 건립 등을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간 외교전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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