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4일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집단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폭처법 3조 1항이 서술하는 내용이 형법 제261조 등 형법 조항이 규정한 것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처벌 수위는 다른 점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봤다. 형법에서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죄나 협박죄·재물손괴죄를 범한 사람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법정형은 5년 또는 7년 이하의 징역형과 함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반해 폭처법의 경우 같은 행위를 두고 벌금형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두 조항 중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벌금형 선고 여부가 달라지고 징역형은 최대 6배에 이르는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오로지 검사의 기소 재량에만 맡기고 있으므로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조항들과 똑같은 구성 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상향 조정한 심판 대상 조항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하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는 물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이날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이 조항 중 폭행과 협박, 재물손괴죄다.
반면 상해죄의 경우 형법에서 별도로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폭처법을 적용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보지 않았다.
헌재는 또 다른 쟁점이었던 조항 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라는 표현의 경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어떤 물건이 성질과 사용 방법에 따라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지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며 "휴대라는 표현도 대법원에서 범행과 무관하게 소지하게 된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하고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단란주점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가 자신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는 데 화가 나 맥주잔을 상대방에게 던졌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재판부는 심리 중 폭처법 3조 1항에 대해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과 함께 다른 9건의 제청 및 헌법소원사건과 병합해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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