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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8년 서울 강변의 쓰레기 하차장 부지를 초고층 테크노마트 빌딩으로 개발하면서 일약 부동산 디벨로퍼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프라임개발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회생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84년 호프주택건설을 모태로 출발한 프라임그룹은 1988년 부동산개발업체 프라임산업(현 프라임개발)을 세운 후 김대중 정부 시절 엔지니어링업체 삼안을 시작으로 프라임저축은행ㆍ한컴ㆍ이노츠ㆍ동아건설을 잇따라 인수하며 약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불황이 시작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프라임개발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경기도 일산의 대규모 개발사업인 한류월드 사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침체로 토지 중도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면서 프라임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2008년 동아건설 인수 때 발생했던 막대한 부채도 3년이 넘도록 프라임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프라임개발 및 연결회사의 총 부채는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동산 PF사업에서 제공한 4,000억원 이상의 지급보증은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지 않아 실제 그룹의 재무상황은 휠씬 심각한 상태로 전해졌다. 프라임개발 측은 2008년 이후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2009년 한컴과 지난해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매각 이후에는 뚜렷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룹의 상징인 강변 테크노마트 오피스동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JR자산관리에 1,560억원에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테크노마트 진동 사태가 일어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인수주체인 JR자산관리의 자금모집도 부진하면서 매각작업이 표류했다. 이와 함께 롯데건설과 매각협상을 진행했던 계열사 삼안의 매각작업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프라임그룹은 당장 매각할 자산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룬 후 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라임그룹 계열사 가운데 프라임개발과 삼안이 이번 워크아웃 추진 대상이며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시공능력 55위 동아건설은 워크아웃을 피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임그룹의 한 관계자는 "동아건설의 경우 현재 부채비율이 21% 수준에 불과하고 지난해 용산 주상복합 분양 등에 성공하면서 자금여건이 상당히 개선된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지주회사인 프라임개발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동아건설이 인수합병(M&A)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대표적 부동산개발회사인 프라임개발마저 워크아웃을 추진하면서 표류 중인 부동산 PF사업장들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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