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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강조했지만 북한에 새로운 '깜짝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주목을 받았던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전제조건은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진정성 있는 자세와 비핵화 진전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정상회담을 서두르기보다는 남북이 당국 간 회담을 통해 신뢰를 쌓는 과정과 함께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진전 등을 통해 여건이 자연스럽게 성숙돼야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고 정상회담이라든가 그런 것도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5·24 대북 제재조치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상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지돼온 것"이라며 "남북이 당국자 간에 만나서 서로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에 대화를 여러 번 요청했는데 북한이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대화의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핵화가 해결이 안 되면 평화통일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런 문제도 남북 간이나 다자협의를 통해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문제는 생존해 계신 분들의 연세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설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이 열린 마음으로 응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올해 광복절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행사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번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반발하는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진전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지역주민 간 갈등이 생기거나 지역주민들이 신변에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잘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에 대해 대북 제재조치에 나선 것에 대해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그쪽(북미관계)이 긴장됐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의 원칙을 가지고 북한에 대해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고 미국은 그런 상황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해달라는 북한의 최근 요구에 대해서는 "튼튼한 안보는 평화통일의 기본 토대"라며 "정부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겠다"며 거부의 뜻을 드러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련 발언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엿보였지만 남북관계를 선제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대안 제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성사 가능성과 관련,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시켜왔지만 박 대통령은 금강산관광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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